최승우기자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이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를 앞두고 새로운 유니폼을 공개했다. 그러나 국기 색깔이 바뀐 데 대해 비판 여론이 확산하면서 총리까지 불쾌감을 드러냈다.
새로운 유니폼에서 문제가 된 부분은 상의의 칼라 부분에 새겨진 잉글랜드 국기의 ‘성 조지의 십자가’다. 유니폼을 제작한 미국의 스포츠 기업 나이키는 이를 원래의 빨강 단색이 아닌 빨강, 파랑, 보라 등 여러 가지 색깔로 표현했다.
나이키 측은 이에 대해 “1966년 월드컵에서 우승한 잉글랜드 대표팀의 트레이닝 키트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단합과 영감 고취를 위해 십자가를 경쾌하게 업데이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니폼이 공개되자마자 팬들은 “무례하다”, “모욕적이다” 등 혹평을 쏟아냈다. 온라인 청원 사이트 체인지에는 디자인 변경을 요구하는 청원에 이미 2만3000명 이상이 서명했다. 각계 인사들도 나이키 측에 유니폼 디자인을 바꿀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루시 프레이저 문화미디어체육부 장관은 엑스(X·트위터)를 통해 “성 조지의 십자가를 포함한 국가 유산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것은 무의미하고 불필요하다”며 “이건 팬들이 원한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앞서 제1야당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도 “애초에 그걸 왜 바꿨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디자인을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22일(현지시간)에는 리시 수낵 총리도 나섰다. 영국 BBC 방송은 수낵 총리가 기자들과의 대화 도중 “원래 색깔을 선호한다”며 “국기에 관한 건 건드려서는 안 된다. 자긍심과 정체성의 원천이기에 그대로가 좋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선수들의 반응도 부정적이다. 잉글랜드의 전설적인 골키퍼 피터 실턴은 엑스에 “미안하지만 모든 면에서 잘못됐고, 반대한다”는 글을 올렸다.
잉글랜드 U-21 팀의 하비 엘리엇(리버풀 FC)은 22일 아제르바이잔과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U-21 예선전에서 유니폼의 칼라를 높게 올린 채 뛰었다. ‘더 선’은 이를 두고 “엘리엇이 새로운 세인트 조지 십자가 디자인을 숨기는 것처럼 보였다”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BBC는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나이키의 디자인을 지지하며 변경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잉글랜드 대표팀은 23일 웸블리에서 열리는 브라질과의 친선 경기에서 새 유니폼을 착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