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희기자
'폐암은 담배 피는 사람만 걸리는 거 아냐?' 암 사망률 1위인 폐암에 대해 사람들이 갖는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다. 더군다나 여성 흡연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한국에서 이 같은 오해는 여성 폐암 환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더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 같은 인식을 벗어나 여성 폐암의 위험성과 중요성을 알리는 캠페인이 진행됐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3월 21일 '암 예방의 날'을 맞아 한국폐암환우회, 한국여성재단과 함께 여성 폐암의 위험성과 조기 검진의 중요성을 알리는 여성 폐암 조기검진 캠페인 '렁 리브 더 퀸(Lung Live the Queen)'을 이날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지난 21일 진행했다.
캠페인 소개에 나선 전세환 한국아스트라제네카 대표는 "여성암인 난소암이나 유방암은 조기 발견이 90%에 가까운데 비해 폐암은 조기 발견이 30%에 불과하다"며 "폐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진단을 통한 생존"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폐암은 일반적으로 '흡연력이 있는 남성이 걸리는 암'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폐암은 발생률 1위를 차지한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에서도 네번째로 발생률이 높은 암이다. 암으로 인한 사망률에서도 남성 26.8%, 여성 15.1%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높은 사망률은 환자가 자각하는 증상이 거의 없어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폐암 환자 10명 중 4명은 원격 전이가 발생한 4기에야 진단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조기 진단시 82% 수준인 폐암 환자의 5년 생존률은 4기 환자의 경우 10%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 대표는 조기 진단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개인적인 아픔도 공개했다. 그의 부인은 지난해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전 대표는 "아내는 감기 한번 걸린적 없는 45세 이하의 비흡연자였다"며 "매년 X선을 찍었는데도 못 잡다가 4기 진단을 받았고, 채 3년을 넘기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 대표가 "반드시 저선량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을 찍어야 한다"고 힘줘 말한 이유다. 현재 국가건강검진에 흉부 X선 검사가 포함돼있기는 하지만 암이 검출되지 않는 경우도 많아 저선량CT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X선만 찍어야 한다면 최소한 인공지능(AI)이 붙은 X선으로 검진받아야 한다"며 "두 배가량 (암을) 발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국가암검진에 폐암 검진을 위한 저선량 CT를 포함하고 있다. 다만 54~74세의 30갑년 이상의 흡연 경력자만이 대상이다. 갑년은 흡연력을 세는 단위로 1년간 매일 한갑씩 피웠을 때 1갑년으로 지칭한다. 여전히 장기간 흡연을 한 사람만을 고위험군으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폐암에 걸린 학교 급식 종사자가 '요리 매연'으로 인한 산재를 인정받는 등 조리 과정에서 생기는 미세먼지 등이 폐암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 최근 나오고 있다. 여성이 가사노동을 전담하는 경우가 많은 한국 등 아시아권에서 특히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는 이유로 꼽힌다.
장필화 한국여성재단 이사장은 이와 관련해 "흡연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여성들에게 더 심각하다"며 "부정적으로 생각될까봐 본인의 질병을 알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며 안타까움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많은 질병의 진단과 처방이 남성을 기준으로 이뤄지고 있어서 여성들이 갖는 생리적 차이가 간과되는 경우가 많다"며 "캠페인을 통해 여성 폐암의 위험성을 더 잘 알리고 조기검진을 위해 많은 여성들이 행동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희정 한국폐암환우회 이사는 폐암 4기 환자인 자신의 투병 사실을 밝히면서 조기 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이사는 "폐암은 비흡연 여성인 저와는 상관없는 일로 생각했다"며 "조기 검진을 받으면 폐암 1~2기에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폐암에 걸리면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최근 의학이 발달하고 좋은 약도 많이 나온만큼 도전해볼만한 암이라고 생각한다"며 "희망을 더 가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캠페인을 통해 여성 폐암의 심각성을 알리고 조기 검진을 촉구하는 다양한 인식 개선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