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열기자
현대차가 개발 중인 선행기술을 일반 대중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따로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선행기술이란 다양한 연구개발(R&D) 과정에서도 초기 단계로 중장기적으로 양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개발하는 첨단 기술을 일컫는다.
지금도 국내를 비롯해 독일·중국 등 일부 나라에 선행기술을 시연할 수 있는 시설이 있으나 그간 폐쇄적으로 운영해왔다. 미래 이동수단을 둘러싸고 첨단 기술경쟁이 전방위적으로 치열해진 상황에서 고객 접점을 늘려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19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차는 서울 강남역 인근 사옥 저층부에 고객경험공간을 연내 선보이기로 하고 세부 공사 일정 등을 짜고 있다. 강남대로사옥은 지난해 새로 마련한 시설로 국내사업본부와 고가 브랜드 제네시스 사업본부, 각종 마케팅 조직이 입주해 있다.
이번에 새로 조성하는 고객경험공간은 기존 UX(사용자 경험)스튜디오를 토대로 한다. UX스튜디오는 서울과 중국 상하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만 있는 시설이다.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가 개발 단계에 있는 선행기술을 시연하기 위해 그간 일부 초대받은 소비자나 고객사, 취재진 등 소수에게만 제한적으로 공개해왔다. 대중 다수에게 문턱을 낮춰 누구나 선행기술을 직접 접해볼 수 있게 하려는 취지다.
이는 매장이나 현대모터스튜디오 같은 공간과는 다르다. 기본적으로 완성차나 양산까지 마친 기술을 내세우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선행기술은 양산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 속에서나 구현했을 법한 기술이나 원리를 실제 차량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따진다. 양산을 염두에 두긴 하나 생산 비용 등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해야 하는 만큼, 선행기술은 시제품이나 양산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거나 수년 후에야 구현되는 일도 빈번하다. 자동차의 미래상을 고객에게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 회사는 계기판이나 시트 등 차량 실내 곳곳에 있는 센서로 탑승객이 현재 처한 상태는 물론, 감정까지 파악해 주행 패턴이나 인포테인먼트를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또 작게 난 흠집은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스스로 원상복구하는 자가치유(셀프 힐링) 고분자 코팅 기술도 진행 중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20년 회장 취임 직후 본인 직속으로 선행기술원을 꾸린 것도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퍼스트 무버(선도자)로 치고 나가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