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형기자
미국 메이저리그(MLB) 감독이 한국에 와서 가장 생경하게 느낀 문화는 무엇이었을까. 한국 야구장의 '치어리딩' 문화인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브 로버츠 LA다저스 감독은 17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연습 경기 후 인터뷰에서 "9회까지 치어리더를 계속 지켜봤는데 쉬지 않고 응원하더라"며 "미국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라 매우 신선했다"고 놀라움을 전했다.
다저스는 이날 키움을 14-3으로 꺾으며 대승을 거뒀다. 이번 경기를 위해 한국에 입국한 야구 스타 오타니 쇼헤이는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지만, 무안타 2삼진에 그쳤다.
다만 로버츠 감독은 "괜찮다. 스윙 한 번 했을 때 잘 지켜봤는데 특별히 어려운 건 없었다"며 "오늘은 아주 좋은 날이 아니었고, (오타니는) 내일 2~3타석 선다"고 평가했다.
한국 특유의 응원 문화를 주목한 건 로버츠 감독뿐만이 아니다. 이날 오후 7시 친선전을 앞둔 마이크 실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감독도 경기 전 인터뷰에서 "다저스와 키움전을 살짝 봤는데 큰 에너지를 느꼈다"며 "실내까지 응원 열기가 느껴졌다"고 소감을 전했다.
실제로 MLB 경기에선 치어리더가 관중의 호응을 유도하는 일이 아예 없지는 않으나 매우 드물다. 농구, 미식축구 경기에서 일명 '댄스 스쿼드'를 꾸리는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치어리딩 문화의 원조 격인 미국은 축구나 배구는 물론, 심지어 기계체조나 체스 경기에서도 치어리더가 활동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미국 프로 야구는 치어리딩과 멀어졌을까. 과거 미국 인터넷 문화 매체 '허프 포스트'는 야구의 경기 성향 때문일 수 있다는 추측을 내놓은 바 있다.
매체는 "야구는 공격적이기보단 방어적이고, 추진력이 있다기보다는 기회주의적인 스포츠"라며 "팬들은 팀의 분위기가 한참 물이 올랐을 때가 아닌, 팀이 '기회'를 잡은 순간에 응원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치어리더는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야구는 시즌이 길며 매 정규 시즌 경기의 중요성 자체는 다른 스포츠와 비교할 때 더 적은 편"이라며 "또 상대적으로 긴 플레이 시간을 고려하면 팬들을 지속해서 흥분하게 만드는 건 오히려 인위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