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보내달라'며 父에 1500번 연락한 '도박중독' 아들 구속

고등학생 때 도박에 손 댄 아들 17억 빌려
부친은 아들 때문에 이사에 전화번호 차단까지

법원의 접근금지 조치에도 도박자금을 빌리려 아버지에게 1500차례 연락한 20대가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15일 수원지검 형사3부(정화준 부장검사)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상습도박 혐의로 20대 남성 A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A씨는 법원으로부터 부친에 대한 접근 및 연락금지 조치를 받았음에도 지난해 6월14일부터 올해 2월21일까지 문자나 전화 등의 방법으로 아버지 B씨에게 1500번에 걸쳐 연락한 혐의를 받는다.

수원지방검찰청 모습.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A씨는 고등학생이던 2020년 초반부터 도박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처음엔 홀짝 맞추기, 사다리 타기와 같은 단순 인터넷 도박을 하던 그는 도박 자금이 필요해지자 "주식과 가상화폐를 하는 데 투자금이 필요하다"는 거짓말을 해 아버지로부터 돈을 빌리기 시작했다. A씨는 아버지를 속이기 위해 마치 주식 투자로 돈을 번 것처럼 자신의 계좌를 조작한 사진을 꾸며내기도 했다.

A씨는 군대에 가서도 도박을 끊지 못하고 계속 아버지에게 손을 벌렸다. 이를 이상하게 생각한 A씨의 부친은 아들이 심각하게 도박에 빠졌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고, 그때부터 돈을 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 그러나 아들의 집요한 연락은 그칠 줄 몰랐다. 수사 결과 A씨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빌려준 돈은 17억여원에 달했으며, A씨가 2020년 초부터 지난해 6월까지 도박사이트 계좌에 입금한 자금은 약 26억원(환전 후 재입금한 금액까지 포함)으로 확인됐다. 결국 A씨의 부친은 아들의 연락을 피하기 위해 주소를 바꾸고 전화번호를 차단했다.

A씨는 아버지와 연락이 되지 않자 아버지 계좌로 소액을 송금하면서 메시지를 남기는 수법으로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A씨는 스토킹 처벌법으로 신고당했고, 법원으로부터 "아버지에게 연락하지 말라"는 잠정조치 및 접근금지 임시 조치까지 받게 됐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불구속 송치받은 검찰은 보완 수사를 거쳐 A씨의 상습도박 범행을 추가로 규명했으며, A씨가 아버지에게 과도하게 연락한 사실을 확인한 뒤 검토 끝에 A씨를 구속했다. 검찰 관계자는 "유관기관에 피고인이 이용한 불법 도박사이트의 차단 및 도박사이트 관련 계좌에 대한 지급정지 등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한편 가족관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원치 않는 연락을 계속 할 경우에는 스토킹 범죄로 처벌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상속재산을 제대로 분배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의 이복동생을 협박하고 스토킹한 혐의를 받는 6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이복동생이 살고 있는 아파트와 직장을 여러 차례 찾아가 스토킹으로 인한 유죄가 인정됐다. 스토킹 처벌법은 반의사불벌죄 조항이 폐지됐기 때문에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더라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

이슈&트렌드팀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