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제 가노라' 학전서 울려퍼진 마지막 '아침이슬'

'학전, 어게인 콘서트' 성료
개관 33주년인 15일 폐관
권진원·박학기 등 김민기 명곡으로 '마지막 무대'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14일 서울 종로구 학전 블루 소극장에서 열린 ‘학전 어게인 콘서트’ 마지막 무대에서 배우 황정민이 김민기 학전 대표의 히트곡 ‘작은 연못’을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 = HK엔터프로]

대학로 소극장 문화의 상징이었던 학전이 15일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14일 저녁, 서울 종로구 학전 블루 소극장에서 열린 ‘학전 어게인 콘서트’ 마지막 무대에 선 배우 황정민은 "학전은 제게 배우로서 포석이자 지금의 저를 만든 마음의 고향"이라며 아쉬운 소감을 전했다.

이날 공연은 학전과 인연이 있는 배우와 가수들이 뜻을 모아 기획됐다. 앞서 극장의 오랜 경영난과 김민기 대표의 투병이 겹치며 지난해 폐관 소식이 알려지자 한달음에 마음을 모은 이들이었다. 배우 설경구, 장현성부터 가수 동물원, 시인과 촌장, 윤도현, 윤종신, 김현철, 장필순 등 학전을 거쳐간 이들이 무대를 꾸민 총 20회의 공연은 티켓 오픈 10분 만에 전석 매진됐다. 티켓 수익금은 제작비를 제하고 모두 학전에 기부된다.

폐관 전 마지막 공연이 된 14일 무대는 약 2시간 반 동안 김민기의 곡만을 노래하는 '김민기 트리뷰트'로 마련됐다. 박학기, 노찾사, 권병호, 권진원, 황정민, 알리, 정동하, 한영애가 출연해 ‘가을편지’ ‘아름다운 사람’ ‘백구’ ‘상록수’ 등 김민기의 맑고 서정적인 대표곡들을 관객 앞에 선사했다.

공연 마지막엔 모든 출연진이 함께 '아침이슬'을 부르며 끝을 맺었다. “나 이제 가노라 서러움 모두 버리고” 가사를 읊조릴 땐 무대와 객석이 모두 한마음으로 눈물을 훔쳤다. 이번 공연 총감독을 맡은 가수 박학기는 "김민기 이름 석 자 아래 선후배들이 같은 무대에서 공연할 수 있어 행복했다"고 밝혔다.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소극장 학전블루 앞에서 시민들이 폐관을 하루 앞두고 열리는 '학전, 어게인 콘서트' 마지막 공연을 보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991년 3월 15일 개관한 지 꼭 33년만, 학전은 이날 공연을 마지막으로 추억 속으로 사라진다. 학전 폐관 소식에 앞서 지난해 12월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 사업을 통해 학전 공간을 인수·재정비해 정체성을 계승하겠다’고 밝혔지만, 김민기 대표는 "학전의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 독자적인 공간으로 운영해 나가길 바란다"고 뜻을 전했다.

학전은 그동안 고(故) 김광석, 들국화, 설경구, 황정민, 조승우 등 수많은 스타 가수와 배우를 배출해 냈다. 1994년 초연한 ‘지하철 1호선’은 한국 뮤지컬 최초로 라이브 연주를 선보이며 한국 공연문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연 횟수 4000여 회, 누적 관객 70만 명을 기록하는 등 소극장 뮤지컬의 역사를 썼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학전 공간을 임차해 명칭을 변경한 뒤 7~8월 중 재개관해 어린이·청소년 전문극장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문화스포츠팀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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