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죠, 배터리]'제2의 에코프로 찾아라' 전고체 시대의 밸류체인

삼성SDI, 올 상반기 양산 규모·구성 결정
'꿈의 배터리' 생산 가시권…2027년 양산
황화물계 대세…새로운 밸류체인으로 부상

편집자주'보죠, 배터리'는 차세대 첨단산업의 중심으로 떠오른 배터리 산업을 들여다보는 연재물입니다. 배터리 제조 생태계를 차지하려는 전 세계 정부·기업의 기민한 움직임과 전략, 갈등 관계를 살펴봅니다. 더 안전하고, 더 멀리 가는 배터리를 만들기 위한 기술 경쟁도 놓치지 않겠습니다. 독자, 투자자들의 곁에서 배터리 산업의 이해를 보태고 돕는 '보조' 기능을 하려고 합니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배터리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전고체 배터리는 모든 소재가 고체로 구성된 배터리를 말한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전고체 배터리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양산이 3년 뒤다. 안정성과 에너지 밀도가 기존 배터리 대비 월등히 높아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바로 그 배터리다. 올해 상반기 삼성SDI의 전고체 양산 라인의 규모와 구성이 정해지면서 전고체 배터리 시대의 밸류체인(가치사슬) 변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12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2027년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SK온도 황화물계 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내년까지 구축하고 2029년부터 상업적으로 양산하겠다는 목표다. 이 가운데서도 삼성SDI는 '상용화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일 폐막한 인터배터리 2024 행사에서 고주영 삼성SDI 중대형상품기획팀장(부사장)은 "전고체 배터리 샘플을 지난해 12월에 세 군데의 OEM(자동차 제조 업체)에 제출하고 평가하는 중"이라며 "양산 라인 투자를 어떤 규모로, 어떻게 지을 것이냐를 올해 상반기에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SDI는 지난해 샘플 제품을 생산하는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경기 수원시 삼성SDI 연구소 내에 신설하고 생산을 시작한 바 있다.

'꿈의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황화물계가 대세

전고체 배터리는 모든 소재가 고체로 구성된 배터리를 말한다.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이온을 전달하는 전해질을 액체가 아닌 고체로 대체한 배터리다. 고체 전해질은 액체 대비 충격 및 훼손 등에 강하고 칸막이 역할도 담당해 분리막을 최소화 또는 제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배터리 무게를 가볍게 하거나 남게 된 공간에 양극활물질을 추가해서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크게 ▲황화물계 ▲산화물계 ▲고분자계 등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이 중에서도 국내 배터리 3사를 비롯해 일본 도요타, 파나소닉 등이 개발과 양산에 뛰어들며 대세로 굳혀지고 있는 기술은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다. 황화물계는 가장 높은 이온전도도를 보유하고 ℓ당 900Wh 이상의 높은 에너지 밀도로 구현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는 수분과 반응하면 인체에 유해한 황화수소가스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수분과 반응성이 떨어지는 소재 개발이 필요하고 기존 전극 생산 공정(습식)을 사용하기 어려워 건식 공정을 개발해야 한다. 셀 제조 공정 및 구동 시 매우 높은 압력이 필요하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모듈·팩 레벨에서의 가압 구조를 개발하거나 저가압 구조에서도 구동 가능한 소재를 개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핵심 소재 양극재는 단결정 구조가 필수…리튬메탈·무(無)음극 등 진화하는 음극재

배터리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양극재는 전고체 배터리에서 큰변화는 없다. 전고체 배터리는 고체상태인 배터리 내에서도 이온 이동을 쉽게 하기 위해 전극을 균일하게 형성해야 한다. 고체 파우더를 더욱 높은 고온·고압으로 압착해 필름화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깨지기 쉬운 기존의 다결정 양극재는 쉽게 깨지는 성질상 부적합하다. 활물질이 단단한 하나의 입자 구조를 갖춘 단결정(단입자) 양극재가 전고체 배터리 시대에는 더욱 각광받을 것이란 이야기다.

국내 양극재 기업인 LG화학,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는 이미 단결정 양극재를 생산하거나 고객사에 납품 중이다. 기존 다결정 양극재보다 판가가 높지만 향후 커질 수요에 대비해 양산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엘앤에프는 올해 3분기 양산을 목표로 단결정 양극재를 개발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메탈 음극이나 음극 활물질이 없는 형태로 셀을 구성할 수 있다. 리튬메탈 음극재는 동박에 수십나노미터 두께의 리튬금속 호일을 입히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리튬 금속 자체로 무게가 가벼운 데다 두께도 흑연보다 훨씬 얇기 때문에 기존 흑연이나 실리콘 음극재보다 배터리의 크기나 부피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에너지 밀도를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기존 배터리와 동일한 크기로 더 오래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를 만들 수 있게 된다.

국내에선 2021년 현대자동차가 일찍이 미국의 '솔리드에너지시스템(SES)'과 전기차용 리튬메탈 배터리 기술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 협력을 시작했다. 2022년 4월 롯데케미칼이 리튬메탈 음극재를 개발하는 미국 스타트업 ‘소일렉트’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5년까지 미국 현지에 2억달러를 투자해 리튬메탈 음극재 생산시설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5월 포스코그룹이 SKC와 손잡고 리튬메탈 음극재를 비롯한 차세대 음극 소재를 공동개발하고 있다.

'전고체 핵심' 고체전해질·황화리튬, 3년만에 20배 성장한다

기존 배터리에는 유기물 형태로 구성된 액체 전해질이 쓰였지만 전고체 배터리에서는 고체 전해질이 쓰인다. 고체전해질은 그 자체로 양극과 음극의 직접적인 접촉을 막는 분리막 역할도 한다. 온도 변화로 인한 반응이나 외부 충격에 따른 누액 위험이 없다. 고체전해질을 사용한다고 해서 에너지 밀도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화재를 막는 분리막이나 배터리 외장 케이스, 냉각수를 배터리 구성에서 빼거나 줄일 수 있다.

국내 여러 기업이 고체전해질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에코프로비엠,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등 삼성SDI를 중심으로 밸류체인이 구성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정관과의 합작회사인 포스코JK솔리드솔루션을 통해 황화물·산화물계 고체전해질을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 SK아이이티도 신사업으로 고체전해질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해외 업체는 솔리드파워와 이데미츠코산이 대표적이다. 전고체 배터리의 양산이 시작되는 2027년 고체전해질 수요는 2000t에서 2030년 4만3000t으로 2050%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고체전해질의 핵심 원료인 황화리튬의 성장 가능성도 크다. 황화리튬은 전고체 배터리 단계에서 고체전해질에도 쓰이지만 기존 NCM(니켈·코발트·망간)계열 양극재에 들어가는 수산화리튬도 대체한다. 국내에는 레이크머티리얼즈, 이수스페셜티케미칼, 정석케미칼이 황화리튬을 생산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의 추정에 따르면 이 업체들의 합산 생산 능력은 약 200t으로 추정되는데 2030년 수요량은 1만5000t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산업IT부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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