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주상돈기자
사과값 안정을 위해 정부가 '사과 수입을 위한 절차를 서둘러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가 진화에 나섰다. 외래 병해충에 대한 완벽한 대비 없이 수입하는 경우 자칫 사과와 관련된 병해충이 유입돼 우리나라 대표 농산물인 딸기와 파프리카, 배, 포도 감귤 등의 수출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과실류 등 수입위험분석 절차'를 주제로 11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강조했다.
농식품부는 식물방역법에 근거해 사과와 같은 생과실이나 열매채소 등을 수입하기 수입위험분석 절차를 거치고 있다. 수입위험분석 절차를 거쳐 병해충에 대한 안전성이 확보된 후에만 수입이 가능하다.
수입위험분석 절차는 전 세계 공통적으로 적용되고 있는데 한국의 경우 총 8단계로 운영된다. 수출국의 요청이 접수되면 수입위험분석 절차에 착수해 예비위험평가와 개별 병해충 위험평가, 위험관리방안 작성, 수입허용기준 초안 작성, 수입허용기준 입안예고, 수입허용기준 고시 및 발효 등의 단계를 거친다. 지난달 말 기준 수입위험분석 절차가 완료돼 수입이 허용된 건은 31개국 76건, 현재 진행 중인 건은 51개국 235건이다.
사과는 일본을 포함해 4개국과 수입위험분석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일본은 5단계인 '위험관리방안 작성 중'으로 진척이 가장 빠르지만 2015년 일본 정부가 분석대상 우선순위를 '배'로 바꾸면서 사과 위험분석은 멈춰 있는 상황이다. 이외에 뉴질랜드와 독일, 미국 등과도 사과 수입을 위한 위험분석을 진행 중이지만 2~3단계에 머물러 있다.
정혜련 농식품부 국제협력관은 "수입위험분석 절차는 품목 특성과 수입국과 수출국의 병해충 분포 상황, 상대국 반응속도 등 다양한 변수가 영향을 미치므로 소요기간을 예단하기 어렵다"며 "또 수입위험분석 절차는 식물방역법과 동법 시행규칙에 따라 이뤄져야 해 절차를 임의로 생략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기존 수입이 허용된 76건의 사례는 평균 8.1년이 소요됐다. 가장 단기간에 완료된 사례는 3.7년(중국산 체리)다. 반대로 우리 농산물이 외국에 수출되기 위해 상대국의 위험분석 절차를 거친 경우의 평균 소요기간은 7.8년이다. 하지만 우리 감귤이 뉴질랜드에 수출 허용된 사례의 경우 23년이 걸렸다.
수입위험분석 절차의 핵심은 외래 병해충 유입에 대한 관리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사과에 피해를 주는 대표적인 병해충은 과실파리류와 잎말이나방류(코드린나방 포함), 과수화상병 등으로 이는 식물방역법상 금지병해충으로 지정돼 있다.
정 국제협력관은 "외래 병해충 유입 시 농산물의 생산량 감소와 상품성 저하, 타 작물로 피해 확산, 방제 비용 증가 등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며, 농산물의 가격이 상승해 소비자에게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사과와 관련된 위험 병해충이 유입되면 우리나라 대표 수출 농산물인 파프리카와 배, 딸기, 포도, 감귤, 단감 등의 수출이 중단될 수 있고 이 경우 다시 수출을 재개하는 데 긴 시간이 소요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수입이 허용된 다른 과일의 위험관리 방안을 사과에 적용해 수입할 수는 없다"며 "같은 병해충이더라도 국가별·품목별로 피해 양상과 정도, 발생 밀도 등이 다르며, 동일 국가 내에서도 지역에 따라 양상이 달라지기도 해 국제적으로도 국가, 지역, 품목 등이 달라지면 위험관리방안을 별도로 마련하는 것이 공통적인 원칙"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