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도 아닌데…기초유분 생산 1000만t 무너져[사업재편 석유화학]

위기의 NCC…코로나 이후 최저치
中 증설 부담…고유가 원가경쟁력 ↓

편집자주나프타분해설비(NCC)로 대표되는 국내 석유화학 산업에 위기가 찾아왔다. 최대 시장인 중국으로 수출이 줄자 국내 생산도 빨간불이 켜졌다. 범용제품 위주의 현 사업을 재편하지 않으면 생존을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고유가가 길어지면 석유 기반 원료 의존성이 높은 국내 석유화학제품의 채산성은 악화할 전망이다. 탄소중립 전환이라는 시대적 변화도 석유화학 기업들을 구조조정을 내몰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현주소와 해법을 짚어봤다.

나프타분해설비(NCC) 생산량이 지난해 1000만t 아래로 떨어지면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석유화학 최대 시장인 중국이 경기 부진에 빠진 데다 대규모 증설로 자급률 100%를 눈앞에 두면서 국내 석화제품 생산까지 영향을 미친 탓이다.

특히 원유에서 에틸렌을 직접 생산하는 신기술이 개발되면서 NCC의 경쟁력은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부 기업들이 NCC 매각을 추진하는 만큼 석화산업 구조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11일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NCC 생산량은 947만t으로, 전년도 1038만t 대비 9.6% 감소했다. 2020년엔 코로나라는 전염병 확산 탓으로 875만t까지 생산량이 줄었지만, 지난해엔 위기가 아닌 상황에서 1000만t 생산기록이 깨진 것이다.

NCC는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을 비롯해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제품의 기초원료를 생산하는 공정이다.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은 2018년 946만t에서 지난해 1280만t으로 5년 동안 35.3% 증가했다. 국내에선 LG화학이 연산 330만t으로 가장 많으며, 롯데케미칼과 여천NCC가 각각 233만t, 228만t에 달한다.

기업들의 NCC 가동률은 지난해 70%대까지 낮아졌다. 2021년 93%였던 NCC 가동률은 지난해 19%포인트 감소한 74%에 그쳤다.

중국 수요 부진과 생산 증대를 고려할 때 국내 NCC 생산량은 2년 연속 연산 1000만t을 밑돌 가능성이 크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 에틸렌 생산능력은 2020년부터 올해까지 4년간 약 4500만t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은 해마다 대규모 증설을 이어오고 있다. 중국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2018년 2565만t에서 지난해 5174만t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미국(4583만t)을 따돌리고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

중국 내 공급과잉 상황이 지속되면 국내 석유화학제품의 중국 수출은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또 최근엔 원유에서 NCC를 거치지 않고 에틸렌을 생산하는 기술이 나왔다. 원유를 수입해 분해 과정을 거쳐야 하는 국내 석화업계 입장에선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국내 NCC 자체가 경쟁력을 잃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조용원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석유화학이 나프타에서 시작해 연결되는 공정이기 때문에 NCC를 포기할 수는 없다"면서 "다운스트림에서 원가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IT부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산업IT부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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