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제일기자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해 의사들이 대규모 집회를 연 다음 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신을 현직 의사라고 밝힌 글쓴이가 의료계 내부의 자성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의정 갈등 상황에서 의사가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 것은 일부 몰지각한 의사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4일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의사로 추정되는 글쓴이 A씨의 글이 올라왔다. 그는 "나는 필수 의료 분야의 전문의는 아니지만, 그래도 의사로서 모든 의사를 향한 비난과 조롱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아프다"며 "고장난명(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이라고, 지금처럼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의사들에게 등을 돌리지는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와 의료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이번 사태에서 의사를 향한 국민의 곱지 않은 시선이 괜히 트집을 잡는 게 아니라는 논지다. A씨는 국민들이 의사들을 비판하는 이유에 대해 "원인이야 한두 가지가 아니고 정당한 반론을 펼칠 수도 없이 부끄러운 항목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안타까운 건 지금 이런 상황에 불에 기름을 붓듯 말로 천 냥 빚을 지는 일부 의사들이 보인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의견도 제시했다. A씨는 "다른 일은 안 해봐서 다른 직업은 잘 모르겠지만 의대생이나 의사 중에는 눈치가 없거나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들이 분명 있다"며 "그런 사람들을 보면 '저 사람은 환자를 직접 대면하지 않는 분야에서 일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으로 "사회성이 부족해서 환자를 제대로 돌볼 수 없는 사람들도 의사면허만 있으면 병원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며, 의사로서 어디 가서 부끄러운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난다. 범죄자뿐만 아니라 실력이 부족한 의사를 봐도 마찬가지다"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A씨는 의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의학뿐만 아니라 전인 교육도 함께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인교육이란 지식이나 기능과 같은 특정한 분야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할 여러 가지 능력을 골고루 길러주는 교육을 말한다. 그는 "의대 교육을 하고 평가할 때 좀 더 전인적인 평가를 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해왔다"며 "단순히 기초과목과 임상 과목의 학점만 잘 받으면 대충 졸업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의사다운 사람을 가릴 수 있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대안으로 "입학은 쉽게 하되, 졸업과 면허 취득은 어렵게 만드는 등의 방법"을 제시했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대해 A씨는 "개인적으로 의대 정원을 늘리거나 줄이는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며 "지금도 능력 있는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벌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앞서 이날 조규홍 중대본 1차장 겸 보건복지부 장관은 업무개시명령 미이행자에 대한 고발 조치 및 행정처분 절차 착수 계획을 밝히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도모하는 의사로서의 소명을 다할 수 있도록 진료 현장으로 즉시 복귀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선처를 약속한 지난 3일까지 복귀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규모 면허 정지 처분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