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주식거래라고 하면 증권사를 방문해서 거래하는 장면이나 매매 관련 정보를 주고받기 위해 여기저기에서 소리치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된다. 컴퓨터 앞에서 또는 휴대전화로 쉽게 거래하는 지금의 모습은 기술의 발달이 우리 생활만 아니라 금융 거래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음을 알 수 있게 한다.
기술의 발전은 단순한 거래 방법만 아니라 전략의 수행 방법도 변화시켰다. 어떠한 기업에 대해 좋은 정보가 막 알려졌다면 일반적으로 해당 기업의 주식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그 정보를 가지고 주식 가격이 오르기 전 최대한 낮은 가격에 매수하는 것은 여전히 유용한 전략이다. 18세기 암스테르담 거래소에서는 런던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주식들도 거래가 되었는데, 런던거래소 주식이 오르면 해당 주식이 암스테르담 거래소에서도 오르는 것이 당연했다. 18세기에는 주가 정보를 담은 신문을 배에 실어 암스테르담에 보냈는데, 보다 빨리 거래소에 가기 위해 항구에 말을 대기시켰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지금은 이런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할 수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고빈도 투자자 또는 알고리즘 투자자들은 컴퓨터로 더욱 빠른 분석과 빠른 거래주문 처리가 가능하게끔 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거래소 서버와 가까운 곳에 자리 잡는 움직임까지 보인다.
미국 주식 시장은 한국과 달리 하나의 거래소가 아닌 여러 개의 거래소가 동시 운영 중이다. 우리가 아는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은 그중 일부다. 투자자들은 증권거래위원회에 등록된 어느 거래소에서 거래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최우선 호가에 거래되게 하기 위해 다른 거래소로 주문을 보내는 경우가 있다.
고빈도 투자자들의 경우 이렇게 한 거래소에서 다른 거래소로 주문이 옮겨지는 것을 보고 더 빨리 다른 거래소에 신호를 보내 거래를 체결하거나 호가를 수정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취한다. 이러한 고빈도 투자자들의 행위는 반응이 느린 투자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해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유동성 저하를 야기하는 문제점이 있다.
이에 대응해 미국 국립증권거래소 인베스터스익스체인지(IEX)는 고빈도 투자자들을 막기 위해 외부에서 오는 신호를 강제로 350마이크로초 늦추는 코일을 서버에 설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부족해지자 여러 통계기법 및 기계학습 등을 이용해 가격 변동성을 예측하는 ‘호가 변동성 지수(CQI)’ 시스템을 개발했고, 2020년부터는 ‘임의 지정가(D-Limit) 거래’라는 변형된 지정가 매매 방법을 소개했다. 이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통해 가격이 변동할 것으로 예측될 경우 호가를 수정해 더 유리한 가격에 투자자들의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게 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혁신을 통해 IEX는 2014년 1% 미만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다가 현재는 미국 주식시장 총거래량의 2% 이상을 꾸준히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다른 거래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유동성을 보임으로써 많은 이익을 얻고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거래 전략이 다양해지는 만큼 그 역효과에 대비하는 금융시장의 대책 또한 나날이 발전하는 셈이다.
박성규 미국 윌래밋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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