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명대사로 복귀 호소한 정부에…의사들, '의새' 밈으로 응답

“우리가 하는 일이 결국 다친 사람들을 치료해 주는 일이잖아. 시작과 끝은 모두 그곳이어야 해... 오늘도, 내일도 나는 이곳에 서서 나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을 기다리고 있을 거야.” -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중에서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좌), 의새 관련 게시물(우). [사진출처=SBS, 젊은의사회 인스타그램]

정부가 의사들이 등장하는 드라마 대사를 활용한 동영상을 만들었다. 의대 증원 계획에 반발해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들의 복귀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의사들은 의사와 새를 합성한 이른바 ‘의새 챌린지’로 여론전을 펼쳤다.

3일 정부와 의료계 등을 종합하면,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인 한국보건의료정보원이 운영하는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올린 ‘우리 곁으로 돌아와 주세요#We_Need_You’라는 제목의 영상은 지난 2일 기준 조회 수 40만 회를 돌파했다.

정부가 만든 의사들이 등장하는 드라마 대사를 활용한 동영상. [사진출처=대한민국 정부 유튜브 채널]

의사를 주제로 해 인기를 끈 드라마 대사들이 곳곳에 담겼다. ‘의사는 마지막 희망입니다’(KBS 드라마 굿닥터), ‘나는 의사다. 사람 살리는 의사’(MBC 드라마 뉴하트), ‘환자들에게 인생에서 가장 큰 일이고 가장 극적인 순간이야. 그런 순간에 우리를 만나는 거야’((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 ‘가장 중요한 건 절대 환자보다 먼저 포기하지 않는 거야’(MBC 드라마 하얀거탑) 등의 대사다.

의새 챌린지 이어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확산하는 ‘의새 챌린지’이미지. [사진출처=인스타그램 캡처]

반면 의사들은 온라인상에서 의새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 이미지를 활용한 여론전을 펼쳤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지난달 19일 브리핑에서 ‘의사’를 ‘의새’로 발음한 이후 의사들 사이에서 ‘의새 챌린지’가 시작됐다. 의사들은 의새가 의사를 비하한 표현이라고 주장한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성명을 통해 비판했고, 박 차관은 의료계 인사로부터 고발당했다.

의사들은 주로 새가 의사 가운을 입고 진료하는 과정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이미지를 자신의 소셜미디어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하거나 소셜미디어에 공유했다. 하얀 가운이나 수술복을 입은 새가 진찰을 하거나 수술을 하는 이미지 등이다.

여기에는 “2월 말까지 계약이 종료되었으나, 업무개시명령으로 계속 일해야 하는 필수의료 의새”, “필수의료를 무너뜨리는 정책들 속에서 의새들이 슬퍼하고 있다” 등의 설명이 덧붙었다.

젊은 의사회는 또한 전공의 집단 이탈 기간을 ‘쉬는 시간’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넌 쉬면서 뭐 할 거야?”라는 질문에 “다이어트” “군의관 친구 근무지 가서 이탈시키기” 등으로 답변한 이미지를 함께 공유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 발언 이후 의사들 사이에서 '의새' 챌린지 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출처=젊은 의사회]

일각에서는 의사들의 이러한 챌린지는 단순한 발음 실수를 확대 해석해 희화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에는 집단행동 중인 전공의가 기자들 앞에서 정부를 비판하며 ‘말단 5급 사무관’이라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여론도 좋지 않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전국의 성인 남녀 10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6%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의대 정원 계획을 둘러싼 정부와 의사들의 갈등은 점점 더 고조되는 분위기다. 앞서 경찰은 지난 1일 의사협회 전·현직 간부에 대한 압수 수색을 벌여 서울 의협회관 내 비상대책위 사무실 등에서 휴대전화와 PC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의협 비대위는 성명을 내고 “정부가 자행한 자유와 인권 탄압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노동을 강제하는 행태는 대한민국에서 의사만큼은 자유를 누릴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정부가 명확히 확인시켜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슈2팀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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