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기자
의료계와 의대 및 법학과 교수가 의대 정원 확대 논의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합리적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정부와 의료계, 합리적 대안으로 환자 피해 막아야'란 긴급 토론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이날 국회 예산정책처 재정추계 보고서를 바탕으로 "매년 2000명의 의사가 늘어나면 2040년까지 국내 의료비는 기존 추계(386조)보다 30조 원가량 증가할 것"이라며 "대형병원의 전공의 과다의존 등 내부가 곪아 있는 한국 의료체계의 문제는 놔두고 의대만 증원한다면 한국 의료 붕괴를 앞당기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단순한 의대 증원 정책을 넘어 수가체계 강화와 의료전달체계 조정 등을 통해 노인 의료비 대응에 성공한 일본의 관련 정책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이사장을 맡고 있는 한희철 고려대 의대 생리학교실 교수는 "의대 증원 문제는 정부와 의료계가 강 대 강 대치할 일이 전혀 아니다"라며 "정부의 우려처럼 '지금이 마지막 기회'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대 정원 10% 이상의 급격한 증원은 향후 급격한 감원을 동반할 수밖에 없어 장기적인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장기적 시점에서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의대 정원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교육 현장이 당장 수용 가능한 수준인 현 의대 정원(3038명)의 10% 정도(350명 내외)를 내년도에 우선 증원하고 이후 계획은 차분히 수립하자고 권고했다.
또한 정부와 의료계, 의대 등이 함께하는 연구·정책기구를 설립하자고도 했다. 한 교수는 "독립적인 거버넌스를 구축해 증원 계획을 수립한다며 항시 의대 정원의 탄력적 조절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공계 인재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적어도 4배수의 수험생이 의대 입시를 준비하기에, 2000명을 증원하면 매년 8000명이 의대 입시를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의대 증원은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미래 먹거리인 첨단 과학기술 분야의 인력이 새어나가는 '모래주머니'가 될 것"이라며 "정부와 의료계, 대학계가 적정한 증원 규모를 합리적으로 숙고하고 의료파행을 최소화하기 위한 '연착륙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