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요일日문화] 알람 울리면 바로 인증샷…보정없이 소통하는 Z세대

日 Z세대 유행타는 '비 리얼' 앱
랜덤 알람에 기본 카메라 인증샷…보정·설정 없는 사진 공유

"잘난 사람 많고 많지. 누군 어디를 놀러 갔다지. 좋아요는 안 눌렀어 나만 이런 것 같아서. 저기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 속엔~"

가수 딘의 노래 '인스타그램'의 한 구절인데요. 잘 사는 모습만 보여주는 것이 SNS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인데, 우리는 계속 남들의 보이는 모습과 비교하며 괴로워하죠.

이런 와중에 일본에서는 또 다른 SNS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바로 '비 리얼(Be real)'이라는 애플리케이션(앱)입니다.

이 앱의 놀라운 점은, 잘 나온 사진을 보정하고 고르고 또 골라서 올리는 기존의 SNS와 다르게, 하루 한 번 랜덤으로 울리는 알람에 맞춰 제한 시간 안에 실시간으로 사진을 찍어 올리면 된다는 건데요. "보정도 없는 기본 카메라로 도대체 뭘 찍는다는 거야?"라고 경악한 저는 이제 신세대의 자리를 내려놓아야 하나 봅니다.

오늘은 보정 없는 Z세대의 소통 방법인 일본 1020 최애 앱 '비 리얼'을 소개합니다.

'비 리얼' 알림 후 2분 안에 업로드된 게시물들.(사진출처=비 리얼)

비 리얼은 2019년 프랑스에서 출시됐습니다. 하루에 한 번 스마트폰에 랜덤으로 알림이 울립니다. 알림이 오면 2분 이내에 사진을 찍어 올려야 하는데, 스마트폰에 저장하고 있는 기존에 찍은 사진이나 다른 앱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아예 필터 없는 날 것 그대로의 실시간 원본을 올려야하는 것인데요. 알림은 아침에 올 수도 있고, 모두가 잠든 밤에 올 수도 있고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여기에 전면 후면 카메라 동시 촬영이라 본인 얼굴과 현재 있는 위치를 한 번에 담을 수 있죠. "지금 상태는 아무에게도 보여줄 수 없다"라고 생각하면 업로드를 안 하면 됩니다. 대신 나의 사진을 공유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게시글을 볼 수 없게 됩니다.

다른 사람의 게시글도 하루가 지나면 사라져 버리는데요. 그래서 앱에서 알림이 울리면 모두가 일제히 사진을 찍고 서로 공유하면서 실시간 상황을 알게 되는 것이죠. 말 그대로 '리얼'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원래 비 리얼은 서구에서 유행했습니다. 미국 조사회사 데이터AI에 따르면 비 리얼의 다운로드 수는 2022년 5월 기준 이미 1000만 이상을 돌파했죠. 미국, 프랑스, 영국 순으로 사용자가 많았는데요. 일본에서도 흥행에 성공, 대학생의 80%가 비 리얼 앱을 알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용자도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겠죠. 심지어 올해 성년의날 성인식이 열리는 성인식장에서 비 리얼 알람이 와서, 일제히 스마트폰으로 셀카를 찍는 모습이 일본 언론에 소개됐습니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1일 1회 예측 불가능하게 알람이 오기 때문에 SNS에 무엇을 올릴지 고민하거나 준비할 필요가 없죠. 게시물에 대한 '좋아요' 수나 본인 계정의 팔로우 수도 집계하지 않습니다. 친한 사람들끼리 팔로우를 수락하면 그냥 그 사람의 게시글이 보일 뿐인데요. 팔로우와 좋아요 수로 만드는 인플루언서도 없는 세상이죠.

비 리얼 애플리케이션(앱) 활용 예시.(사진출처=비 리얼)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은 "SNS로 비치는 모습에 지친 젊은이들이, 리얼한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구조"라며 "보정에 능한 사람도 여기선 같은 조건이 되기 때문에 서로 경쟁하거나 고민할 필요는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문제도 있습니다. 랜덤 알람 때문에 수업 중에도 알람이 울려 사진을 찍겠다며 교실이 술렁이기도 하고, 복도에서도 사진을 찍는 학생들이 늘어났다는데요.

그래도 학창 시절 잠깐 지나가는 유행으로 치부하기엔 영향력이 큽니다. 일본 라인 리서치가 지난해 9월 1020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앞으로 지금보다 유행할 것 같은 SNS' 랭킹 4위는 비 리얼이 차지했는데요. 연령별, 성별별로 나눠도 모두 상위권을 석권했다고 합니다.

Z세대 유행으로 시작했지만 생각해볼 지점은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SNS 무심코 내리다가 도리어 스트레스받아 스마트폰을 다시 검은 화면으로 바꾼 적 모두 있지 않으신가요. 그런 와중에 꾸미고 준비할 시간도 없이 모두 동등하게 기본 카메라로 보여주자는 시도는 흥미롭습니다. SNS에 대한 폐해를 다시 SNS로 극복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씁쓸하지만요. 지금은 그만큼 SNS의 부작용을 느낀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겠지요. 귀중한 주말 인터넷 대신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도 좋겠습니다.

글로벌이슈팀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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