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톡]TSMC, 구마모토 공장 확장 서두르는 이유…막대한 화산암반수

TSMC "제2공장 연내 착공"
화산암이 지하수 필터 역할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의 첫 일본 공장인 구마모토 제1공장이 최근 개소식을 가진 데 이어 제2공장도 연내 착공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평균 5년 이상 걸리는 반도체 공장 설립을 불과 20개월 만에 끝내고 곧바로 확장에 나서면서 TSMC가 구마모토에서 계속 공장을 확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TSMC의 이러한 발 빠른 확장세는 일본 정부의 강력한 제도적 뒷받침과 함께 초순수 제작에 유리한 구마모토의 화산암반수를 빨리 차지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전 세계적으로 기상이변이 극심해지며 반도체 산업의 필수 요소인 초순수 확보 전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다른 경쟁 기업들이 밀려들기 전에 물을 차지하려는 전략이 숨어있다는 것이다. 구마모토 지방정부도 지역 전체를 ‘물의 나라’라고 홍보하고 지하수 확보를 위한 각종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반도체 업계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TSMC 구마모토 제1공장 개소식 직후 "제2공장 연내 착공"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TSMC는 지난달 24일 일본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에 첫 일본 현지 공장인 제1공장 개소식을 가진 직후 제2공장을 연내에 착공하겠다고 밝혔다. TSMC 측은 "올해 말부터 제1공장에서 12~28나노급 반도체를 양산함과 동시에 6나노급 반도체를 생산할 제2공장을 착공할 것"이라며 "2027년부터 제2공장에서 양산이 시작될 예정이며 제3공장 건설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제1공장 건설도 불과 20개월 만에 마치고 바로 반도체 양산에 들어가면서 제2공장도 연내 착공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속도전이다. TSMC 구마모토 제1공장 건설을 도맡았던 일본의 대표 종합건설사인 가시마건설은 이번 착공에서 3교대 24시간 공사를 이어가며 불철주야로 순식간에 공장을 지었다. 제2, 제3공장 역시 엄청난 속도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확장을 통해 TSMC는 확실히 구마모토를 제2의 기반으로 삼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한층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6일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지난해 59%였던 TSMC의 매출 점유율이 올해 62%로 늘어나고, 이에 따라 대만 기업들의 매출 점유율 합계는 67%에서 70%로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의 나라’ 구마모토의 화산암반수… 초순수 생산에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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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의 이례적인 구마모토 공장확장에는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지정학적 분쟁 문제와 함께 구마모토가 가진 ‘물’ 자원을 빨리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현지 매체인 TV아사히는 "TSMC가 공장 부지로 구마모토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깨끗하고 풍부한 지하 암반수"라며 "구마모토는 지역 전체가 화산 쇄설암으로 뒤덮여 있으며 하천의 물이 지하로 빠지면서 자연적으로 먼지나 오물들이 걸러진다. 물을 걸러 초순수(Ultra Pure Water)를 만드는 데 유리하다"고 전했다.

스즈키 히로미 구마모토대 공학부 특임교수는 TV아사히에 "머리카락 한 가닥 크기에 4000개 이상이 들어가는 미세한 반도체를 만들려면 대량의 초순수가 필요하다"며 "초순수는 6층 건물 100개 분량의 물에 땀 한 방울 정도 들어갈 양의 불순물만 허락한다. 구마모토는 특히 깨끗한 지하수를 다량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초순수 제작이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초순수는 깨끗한 물속에도 남아있는 무기질과 미립자, 박테리아, 미생물, 용존가스 등을 모두 제거한 고도로 정제된 물을 뜻한다. 워낙 미세한 크기의 반도체를 생산하다 보니 이런 공정의 세정작업에는 많은 초순수가 필요하다. 특히 웨이퍼를 깎는 식각공정 이후 남은 부스러기를 씻어내거나 부산되어 발생한 기체나 가스 등을 씻어내기 위해 초순수가 필요하다.

특히 나노미터 단위의 초미세공정을 다루는 첨단 반도체는 각 공정 전후에 남아있는 작은 입자가 치명적인 오류가 될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초순수를 통한 세척은 청정도를 확보함과 동시에 반도체의 생산성인 수율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다.

‘실리콘 아일랜드’ 목표로 대량 지하수 확보 나선 구마모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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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뿐만 아니라 구마모토 현지에서도 이러한 지하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수량을 늘리기 위한 여러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농한기에 하천의 물을 계속 논에 대면서 자연스럽게 물이 지하로 스며들도록 하는 일명 ‘지하수 함양’은 대표적인 수자원 보존정책으로 불린다.

카와고에 야스노리 구마모토대 물순환 교육센터 교수는 "지하수 함양은 강에서 논으로 물을 끌어들여 지하에 스며들게 만드는 방식"이라며 "TSMC 공장이 진출한 구마모토의 토양은 특히 물이 잘 투과되는 아소화쇄류 퇴적물들로 이뤄져 있고, 이 천연 필터를 거쳐 물은 깨끗해진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모인 지하수는 가뭄이나 홍수에 영향을 받는 표층수와 달리 장기간 보존이 가능하며 비를 통해 계속 공급되면서 수질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구마모토 지자체에서는 주변 시라카와 강의 물을 끌어 계속 지하수를 늘려가고 있으며 지하수 함양 정책이 시작된 2005년 이후부터 지하수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에 비해 TSMC의 본사가 위치한 대만에서는 물 부족 상황이 점차 심화하고 있다. 대만은 2021년 56년 만에 발생한 극심한 가뭄으로 당시 TSMC가 위치한 북부 신주과학단지 일대의 산업용수 확보를 위해 주변 농업용수를 일시 차단하는 등 큰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글로벌이슈팀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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