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만화보고 애들 버릇없어져' 美 학부모들, '페파피그' 손절한 이유

직설적 말투·고정 성역할 답습…학부모들 반발
"무례하다" vs "원래 4세 아이 모습" 의견 분분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영국의 아동 애니메이션 '페파피그'가 최근 미국 학부모들 사이에서 반감을 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화 주인공이 지나치게 천방지축이라 아이 교육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 그 이유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국 학부모들 사이에서 페파피그가 아이 교육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여론이 조성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애니메이션 '페파피그'의 주인공 페파.(사진출처=페파피그 홈페이지)

페파피그는 2004년 출시된 애니메이션으로 주인공 페파와 부모님, 그리고 남동생이 한 가족을 이루고 있다. 영국에서 제작된 만화로, 초반에는 '쿠키'를 영국식 영어 '비스킷'으로 부르고, 영국인처럼 행동하는 아이가 생겨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장난감부터 잠옷, 테마파크까지로 사업을 확장해 페파피그 프랜차이즈만 2022년 17억달러(2조2644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열풍의 부작용이 점차 등장하기 시작했다. WSJ은 5살 된 아들을 키우는 아르미타 아스가리씨의 사례를 인용, "아이가 새로운 음식을 받으면 역겨워라고 대답하거나 짜증이 나면 넌 이제 내 친구가 아니라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고 했다. 아스가리씨는 아이의 행동에 의문을 품다가, 덩치가 큰 이웃집 사람이 지나가자 "보세요, 데이비드는 배가 커요!"라는 대사를 그대로 말하는 것을 보고 아이가 페파피그에서 영향을 받은 것을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주인공 페파가 조용한 성격이라기보다는 천방지축에 가깝기 때문이다. WSJ은 페파의 남동생 조지가 아끼는 공룡 장난감을 어디에 뒀는지 기억하지 못해 당황하고 있을 때 페파는 "글쎄. 아마 공룡 아저씨는 영원히 길을 잃었을 것 같은데"라는 식으로 답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아이를 놀아주려는 아빠에게 "아빠는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가기엔 너무 (덩치가) 커요"라고 직설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주 양육자인 어머니는 엄격하고 단호하고, 아버지는 단지 아이들과 놀아주는 사람으로 우스꽝스럽게 표현하는 등의 고정관념도 문제가 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사진출처=페파피그 홈페이지.

이같은 훈육 방식은 최근 밀레니얼 부모들의 양육 철학과 동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WSJ은 "새로운 육아 세대는 온화하고 정중한 자녀 양육 기술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부모가 페파피그가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버즈피드는 "페파피그가 버릇없는 이유 17가지"라는 리스티클 기사를 보도했다. TV 프로그램 리뷰 사이트인 커먼센스 미디어에도 최근 몇 달 동안 "주인공들이 매회 부모를 존중하지 않는다"부터 "아이들에게 울고, 못되게 굴고 해도 괜찮다고 가르친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일라 타이센 육아 전문가는 "페파피그는 무례하고 참을성이 없으며, 이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에게 만화 주인공이 곧 나 자신이며 그렇게 행동해도 괜찮다는 것을 가르친다"고 밝혔다.

이에 페파피그 사업을 소유한 미국 장난감 회사 해즈브로는 "점차 아빠가 식사를 만들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방식으로 캐릭터가 성장하고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버릇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감 있는 아이가 될 수 있다는 전문가 반박도 나왔다. 에스라 케이퍼 해즈브로 프랜차이즈 수석 부사장은 "페파의 반응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아이라 볼 수 있다"며 "일부 부모들은 그것이 직설적이고 무례하다고 판단하지만, 우리는 자기주장이 확실하고 자신감 있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폴리 콘웨이 커먼 센스 미디어 에디터도 "부모가 우려하는 어린이 캐릭터는 페파가 처음이 아니다. 쌔서미 스트리트의 엘모, 스폰지밥도 마찬가지였다"며 "페퍼는 건방지고 친절하지도 않지만, 그것은 4살짜리 아이가 어떤 사람인지를 잘 나타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이슈팀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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