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기자
22일 오전 11시께 경기 김포시 쎌바이오텍 김포공장 발효동. ‘윙윙’거리는 발효장비의 기계음이 공장 전체에 울렸다. 옆 사람과의 대화가 여의찮았고, 직원들은 모두 귀마개를 끼고 있었다. 위생모와 마스크, 위생복으로 만반의 준비를 한 직원들 수시로 바이오리액터(발효관) 상단의 작은 유리창 통해 내용물의 색깔을 확인했다.
발효관 속 물체는 유산균 배양액. 이곳에선 하루 10t 분량의 유산균이 생산된다. 공장 관계자는 "발효관에서 16~20시간가량 배양하면 회수할 만큼 유산균이 배양된다"며 "배양액을 눈으로 보면서 유산균이 충분히 배양됐는지는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만든 배양액에서 유산균을 분리하고, 당류·단백질을 이용해 코팅한 후 동결 건조하면 유산균 분말이 만들어진다. 분말은 완제동으로 옮겨져 분말형과 타정형, 캡슐형, 오일드롭형 완제품으로 가공되고 있었다. 자동화로 사람보다 기계가 더 많던 발효동과 달리 완제동엔 사람이 북적거렸다. 중년 여성 검사원들이 컨베이어 벨트를 지나가는 제품 중 불량품을 걸러내고 있었다. 표면에 미세한 균열만 있어도 이들이 잡아냈다.
1995년 국내 최초로 유산균 대량 생산에 성공한 쎌바이오텍은 자체 개발 유산균 11종이 최근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GRAS(Generally Recognized as Safe)’ 인증을 받았다고 이날 밝혔다. FDA GRAS는 식품 원료 및 첨가물 최상위 안전성 인증 제도다.
FDA의 GRAS 인증은 기준이 엄격해 인증받은 원료가 총 1000여종에 그치며, 그중 유산균은 68종에 불과하다. ▲전체염기서열분석 ▲항생제 내성 검사 ▲독성 인자 검사 ▲동물 유독성 검사 ▲인체적용시험 등의 안전성과 기능성 평가를 거쳐야 한다.
이번 인증 과정에서 쎌바이오텍은 섭취 데이터와 독성 시험 결과와 함께, 자사의 한국산 유산균 11종을 사람이 각각 100억마리까지 먹어도 안전하다는 실험 결과를 제출하는 등 안전성 입증에 주력했다. 쎌바이오텍 유산균은 미생물 억제 작용이 있는 향신료와 섞여도 생존 효과가 있다고 임상시험에서 확인됐다. 매운 음식을 자주 섭취하는 식습관을 가진 한국인의 장내에서도 효과가 유지된다는 의미라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임상현 쎌바이오텍 세포공학연구소 부소장은 "한국 전통 발효식품에서 100% 유산균을 발굴해 개발했다"며 "유산균은 장 속에서 잘 생존해야만 건강에 이로움을 줄 수 있는데, 우리 유산균은 고춧가루 등 매운 향신료와 접촉해도 높은 생존율을 보였다"고 말했다.
쎌바이오텍은 이번 성과로 덴마크 크리스찬한센(9종), 미국 듀폰다니스코(7종), 일본 모리나가(6종)를 넘어 세계에서 가장 많은 FDA GRAS 등록 유산균을 보유한 업체가 됐다. 쎌바이오텍이 인증받은 유산균은 ‘듀오락’ 전 제품에 주원료로 활용되는 특허 균주인 GRN 1078∼1088번 등이다.
쎌바이오텍의 연구진은 박사 16명 등 47명의 미생물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장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존 기능성 외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유산균의 새로운 기능을 찾아내기 위해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현재 이 회사가 유산균을 수출하는 40여개국 중 유럽의 비중이 가장 큰데, 앞으로 미국과 중국 시장 등 진출에 힘을 실을 계획이다. 정명준 대표이사는 "FDA GRAS 인증은 한국산 유산균의 세계화를 이끌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며 "이번 FDA GRAS 인증 획득은 수출 증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