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비선조직 이른바 '경기도팀'이 가동되고 있다는 의혹이 번지고 있다. 최근 전국 각 지역에서 민주당 총선 후보 적합도 조사가 실시됐는데, 이 조사가 경기도팀에 의해 친이재명계 원외 인사를 공천에서 배제하기 위한 의도로 실시됐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친이재명계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당원들 모르게 비선 조직이 활동하는 게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정 의원은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경기도 팀이라는 비선조직은 금시초문"이라며 "호사가들이 만들어낸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 대표 최측근들이 경기도팀의 주축이 됐다는 이야기는 저도 들었지만 과연 그게 가능한 건가"라며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출마하는 후보자, 출마 희망자들에 대한 적합도 조사는 개별적으로도, 여러 그룹에서도 조사할 수 있는 게 아니겠나"라며 "지금 지역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매우 많은 여론조사가 돌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 비선조직인 경기도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를 통해 공천을 결정하는 것이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을 받아친 것으로 읽힌다. 정 의원은 "본인들이 자기 경쟁력을 입증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의뢰하는 경우가 있는데 여론조사 그 자체만 가지고서 문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당초 비선팀 '경기도'에 대한 언급은 문학진 전 의원으로부터 나왔다. 문 전 의원은 이 대표가 지난해 12월과 지난달 27일 두 차례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불출마를 권고했다고 주장했다.
문 전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올드보이들이 움직인다'는 기사가 여럿 나오던 지난해 12월16일 저녁 이 대표로부터 전화가 왔다"며 "형님이 이쯤에서 멈춰주시는 게 좋겠다고 하기에 제가 생물학적 나이로 재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문 전 의원 주장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달 27일에도 전화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형님이 꼴찌"라며 불출마를 권했다. 문 전 의원은 "광주을에 민주당 예비후보가 4명인데 제가 4위로 나오는 수치를 제시했다"며 "그런데 저희도 조사했지만 저희 데이터로는 제가 1위였다"고 말했다. 이어 "통화를 마치고 안규백 전략공천위원장에게 전화해 당에서 그런 여론조사를 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없습니다. 경기도가'라고 답하더라"며 "여기서 말하는 '경기도'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 대표의 비선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당의 공식라인, 총선 기획단과는 별도로 더 상세한 정보가 필요해서 따로 팀을 굴린다는 것까지는 그럴 수 있다"며 "하지만 일정한 목적을 가지고 만든 수치를 대표에게 보고하거나, 이런 것을 대표가 그대로 믿고 전화해서 통보하는 일은 민주정당에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문 전 의원은 "시스템 공천이고 당에도 공천관리위원회, 전략공천위원회와 같은 공식 기구가 있지 않은가"라며 "그런 기구에서 신뢰할 수 있는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서 각 후보의 본선 경쟁력을 조사하고 공천을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복잡할 거 하나도 없는 일인데 이상한 목적을 가지고 뒤에서 하다 보니까 이런 무리수가 나오고 말도 안 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