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리기자
네이버에서 선행 기술 연구·개발(R&D)을 이끄는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가 중동 최대 국제 기술 전시회 ‘LEAP 2024’에서 연사로 나선다. 네이버를 포함해 국내 IT 업계 인사가 강연자로 참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첫 대규모 사업을 수주한 만큼 추가 사업 기회를 찾기 위해 현지 스킨십을 늘리고 있다.
20일 IT 업계에 따르면 석 대표는 내달 4~7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리는 국제 기술 전시회 ‘LEAP 2024’에 참석한다. 올해 행사에선 네이버가 개발 중인 인공지능(AI), 디지털 트윈, 로보틱스 기술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LEAP은 사우디 정부가 주최하는 기술 전문 박람회다. 세계경제포럼 연례 회의인 ‘다보스 포럼’에 빗대 ‘디지털 다보스’를 내세웠다. 석유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 첨단 산업으로 확장하는 국가 프로젝트 ‘사우디 비전 2030’에 맞춰 이 같은 비전을 알리고 해외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행사다. 2030년까지 5000억달러(약 667조원)를 투입하는 네옴시티가 비전 2030의 핵심이다.
석 대표는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연사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인공지능(AI), 디지털 트윈,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 기술 연구를 이끌고 있어 사우디를 대상으로 기술 세일즈에 나설 때 빠지지 않는 핵심 경영진이다. 2022년 사우디 정부 관계자가 경기 판교 네이버 제2사옥 1784를 방문했을 때 석 대표는 정부 관계자 일행을 응대하며 기술 시연에 나섰다. 올 초에는 채선주 네이버 대외·ESG 정책 대표와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 등과 사우디를 방문했다. 출장 기간에 석 대표는 사우디 킹압둘라과학기술대(KAUST) 초청으로 강연하기도 했다. KAUST는 사우디 과학기술 인재 양성과 R&D의 산실로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핵심 브레인 역할을 한다.
LEAP에서 압둘라 알스와하 사우디 통신정보기술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뿐 아니라 학계 전문가, 투자자들이 총출동하는 만큼 석 대표는 디지털 분야 현지 파트너들과 사업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디지털 자회사 아람코디지털, 아랍권 게임 유통사 지케이그룹, 사우디 웹3 솔루션업체 베두 등 현지 기업 최고경영자(CEO)들도 연사로 참석한다.
사우디는 LEAP을 통해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의 기술 허브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행사가 처음 열린 ‘LEAP 2022’에는 에릭슨, 아람코, 시스코, SAP, 화웨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700개 이상 기업들이 참여했다. 이 기간에 정부는 64억달러(약 7조7000억원) 규모의 디지털 분야 투자 계획과 11억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콘텐츠 육성 계획 등 총 9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를 전망하고 있다. 1800개 기업을 비롯해 5만명 이상의 정부 관계자 등 17만명 이상의 참석자가 행사를 찾을 예정이다. 올해 LEAP에선 처음으로 국내 IT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6곳이 참여하는 한국관도 꾸려진다. IT 업계 관계자는 "LEAP가 오래된 행사는 아니지만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나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못지않은 규모로 열린다"며 "올해는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을 반영해 한국관도 꾸려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연초부터 중동 시장을 두드리는 것은 기술 수출을 본격화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10월 사우디 정부로부터 1억달러 규모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을 따낸 이후 지속적인 협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은 디지털 세계에 현실 세계를 똑같이 구현하는 기술이다. 스마트시티 조성을 위한 필수 인프라 기술인 만큼 이를 기반으로 클라우드, AI, 로봇, 자율주행 등으로 협업이 확대될 수 있다. 네이버는 이번 사업을 계기로 사우디 현지 법인 설립 및 중동 지역 클라우드 리전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