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다연기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게시글 하나가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을 살렸다. 550만 조회 수를 기록한 이 게시물에 언급된 제품은 매출액이 ‘역주행’했다. 단종할뻔한 제품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면서 이 중소기업은 신제품 개발까지 착수하게 됐다. 여드름 패치, 당뇨 소모품 등 의료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메디칼리서치’ 얘기다.
20일 한승규 메디칼리서치 대표는 "최근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제품은 하루 평균 주문 수가 100건이 안 됐는데, 지금은 수천 건이 넘는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며 "대형 유통 회사에서도 연락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메디칼리서치에 갑자기 주문이 폭주하게 된 사연은 이렇다. 지난해 4월 엑스(X·옛 트위터)에서 ‘빙그래ADD’라는 사용자는 "여드름 압출하고 하이드로 콜로이드 패치 붙이시는 분들 꼭 ‘딤플밴드’ 써보세요"라며 메디칼리서치의 제품 추천 글을 올렸다. 이 글이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며 해당 제품을 구매했다는 후기가 꾸준히 공유되기 시작했다.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면서 제품 추천 글은 조회 수 550만 회를 넘겼다. 그러면서 메디칼리서치의 제품은 현재 네이버의 여드름 패치 카테고리에서 상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한 대표는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SNS 게시글 덕분에 주문량이 급증해 제품의 단종도 막고 직원 감원도 없이 함께할 수 있게 됐다"며 "성원에 힘입어 고객들이 요청했던 ‘밴드형 제품‘을 새롭게 출시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메디칼리서치의 ‘구세주’와 같은 추천 글의 작성자와 한 대표는 일면식도 없다고 한다. 그는 "광고인 줄 아시는 사람도 있는데 번호도 없어 SNS 메시지를 통해서만 연락했다"고 설명했다. 이 작성자 역시 "과거 간호사로 일할 때도 해당 제품을 애용했기 때문에 절대 단종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추천했다"고 했다.
메디칼리서치의 사례가 주목받는 이유는 경쟁력 있는 제품이 있어도 알리지 못하는 영세 중소기업의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은 제품이 우수해도 마케팅이 잘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다. 지난해 12월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중소기업 중 74.3%가 마케팅 활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케팅 전담 인력을 보유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91.6%에 달했다. 10곳 중 3곳만이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고, 그중 한 곳만이 마케팅 전담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2011년 7월 설립된 메디칼리서치 역시 마케팅을 하지 못해 제품이 사장될 상황이었다. 한 대표는 "대형 유통기업에서는 제품은 좋은데, 마케팅 성공시키고 소비자들이 찾을 때 가져오라고 말한다"며 "제품에 자신이 있어 알리려고 마케팅을 몇 번 시도해봤지만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았고, 효과는 미미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에서는 광고 시안이 아닌 SNS에 올리기 위한 제품 설명 자료를 만들고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박정은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중소기업에서 알고 있는 마케팅은 TV 등을 이용하는 광고·홍보쪽인데, 비용이 많이 들어 접근하기 어렵다"며 "영세 중소기업은 SNS를 통한 마케팅을 활용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