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대표 '직원 위한 투자가 곧 회사 경쟁력'[K인구전략]

(46)직원 성장 돕는 대표이사
"회사, 개인의 필살기 준비하는 공간"
경쟁력 있는 개인들이 연대해야 발전 강조

편집자주대한민국 인구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기업에 있다. 남녀 구분 없이 일로 평가하는 기업 내 분위기와 가정 친화적인 문화가 곧 K인구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핵심이기 때문이다. 저출산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지만, 적어도 일터에서의 부담감이 걸림돌이 돼 아이 낳기를 주저하는 일은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시아경제는 가족친화 정책을 선도하는 기업을 찾아가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지점을 짚고, 현실적인 여건이 따라주지 못하는 기업과는 다각도에서 함께 방법을 찾아볼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기업부터 변하도록 독려하고,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도 분석한다. 금전적 지원보다 심리적 부채감을 줄여주는 회사의 문화와 분위기가 핵심이라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다양한 측면에서의 대안을 제시한다.

이주호 고운세상코스메틱 대표이사가 사내 가정친화 및 복지 제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직원들도 삶의 일부를 회사에 맡겼고, 저도 마찬가지죠. 제 삶의 일부를 직원들에게 맡긴 거예요. 서로에 대한 책임감, 그게 신뢰라고 생각해요. 신뢰를 밑바탕에 두고 하는 직원에 대한 투자는 개인의 경쟁력이 되고, 회사의 성장으로 이어집니다.”

이주호 고운세상코스메틱 대표이사는 20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신뢰를 표현해주면 대부분의 사람은 그 믿음에 부응하려고 하고,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고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 대표의 신념은 ‘직원의 자율성을 신뢰하고 존중해주면 기업의 생산성이 더욱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 역시도 부침이 많았던 직장 생활 동안 ‘너는 결국 언젠가 잘될 것’이라는 상사의 믿음이 있었기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그분에게 들은 말은 아직도 저의 좌우명”이라면서 “‘직원은 회사의 성장을 위한 도구가 아니고, 회사가 직원의 성장을 돕는 수단’이라는 말”이라고 전했다.

2021년 취임한 이 대표는 직원들의 입사 첫날 오리엔테이션을 지금도 직접 한다. 그는 “우리 회사는 이 순간부터 당신의 성장에만 신경 쓰겠다. 회사는 성장을 돕는 공간이고, 개인이 평생 먹고살 수 있는 하나의 필살기를 준비하는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생각하는 회사 구성원들을 가장 잘 보호해줄 수 있는 효과적 방법은 자본주의 시대 어떤 상황에서도 일을 통해 생계를 책임질 수 있어서 나와 가족들의 인간적 존엄성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고운세상코스메틱에서 마련한 가족친화제도는 직원들이 일‘만’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이 대표는 “일반 회사에서는 복지 프로그램이라고 많이들 얘기하는데 저희는 ‘보호 프로그램’이라고 쓴다”면서 “직원들이 일에 몰입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고안된 제도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집 걱정, 아이들 교육 걱정, 아프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 등 직장인들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은 주 2회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와 함께 회사에 다니다가 중증질환에 걸리면 1년간 유급휴직, 1억원 치료비도 지원받는다. 5000만원 무이자 주택자금 대출도 지원해준다.

출산율이 높은 기업 (주)고운세상 코스메틱 이주호 대표가 사내 복지 제도와 회사 경영 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이 대표는 ‘매슬로 욕구 단계’를 언급하며 가족친화제도를 통해 안전의 욕구가 충족되면 다음은 소속의 욕구가 채워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출근하는 수요일은 점심시간을 2시간으로 해 평소 얘기하지 못했던 동료와 이야기도 하고 서로 다른 팀과도 밥을 먹는 시간을 갖게 한다”면서 “워크숍을 회사에서 단체로 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부서인 4명이 조를 짜기만 하면 비용을 대준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소속감과 유대감을 증진한다. 이 대표는 웃으면서 “그러고 나면 할 일이 일밖에 없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은 송년회에 육아휴직자는 물론 중도 퇴사자도 초대한다. 이 대표는 “그해에 우리가 이룬 성과를 축하하고 격려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중도에 퇴사한 직원도 근무 하는 동안은 그해 성과에 기여했다는 생각 때문”이라면서 “자신이 더 성장하기 위해서 이직하는 직원들에게 고운세상을 더 키워 놓을 테니 다시 와서 거기서 배운 것을 토대로 나중에 같이 일하자고도 말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경쟁력 있는 개인들이 서로 연대하는 관계를 만들어야 진정한 강한 조직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래알같이 혼자 일은 잘하는데 유대가 없는 조직도 문제고, 능력은 없는데 공동체 의식만 주장하는 회사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철저하게 개인의 경쟁력을 갖추고 동료들과 유대하면서 사회에 기여하는 1인 기업가들의 공동체가 되는 것이 회사의 비전”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K인구전략-양성평등이 답이다'
김유리·이현주·정현진·부애리·공병선·박준이·송승섭 기자김필수 경제금융에디터

정치부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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