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권해영특파원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13일(현지시간) 1월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뜨거운 것으로 나타나면서 장 초반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밀릴 것이란 전망에 실망 매물이 출회되는 흐름이다. 미 국채 금리는 상승해 10년물은 4.27%선, 2년물은 4.58%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오전 10시3분 현재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31% 밀린 3만8288.23을 기록 중이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1.41% 하락한 4951.05,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77% 떨어진 1만5661.07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전망치를 상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투심이 악화됐다. 이날 미 노동부는 1월 CPI가 전년 동기 대비 3.1%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 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각각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2.9%를 웃도는 수준이다. 전월 대비로도 0.3% 올라 예상치(0.2%)를 웃돌았다.
가격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기 대비 3.9% 올랐다. 역시 시장 전망치(3.7%)를 웃돌았다. 전월 대비로도 0.4% 올라 예상치(0.3%)를 상회한 것은 물론 지난해 5월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나타냈다. 근원 CPI는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줘 연방준비제도(Fed)가 눈여겨보는 지표다.
당초 시장에서는 1월 CPI 상승률이 2021년 3월 이후 2년 10개월 만에 2%대로 내려올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 같은 기대감은 빗나갔다. 인플레이션 추가 둔화 증거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해 온 Fed의 금리 인하 시작 시점 역시 뒤로 밀릴 전망이다. 시장의 피벗(pivot·방향전환) 전망 시점은 5월에서 6월로 이동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Fed가 오는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인하할 가능성을 38% 가량 반영하고 있다. 하루 전 60%대에서 크게 하락했다. Fed가 6월 첫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은 하루 전 41%대에서 현재 53%대로 상승했다.
LH 마이어의 통화정책분석 이코노미스트인 데릭 탕은 금리 인하 시점 전망과 관련해 "3월을 건너뛰려는 경향은 더욱 강해졌으며 이제는 인하 시점을 6월로 미루고 싶은 유혹이 있다"면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인플레이션 경로가 험난할 것이라고 언급한 이후 당국자들은 한 차례의 상승에는 당황하지 않겠으나 인플레이션이 목표치 이상으로 오르는 것에 대한 그들의 걱정에는 (이날 수치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산하 경제 연구소인 블룸버그 이코노믹스(BE) 이코노미스트인 애나 웡은 "1월 CPI 보고서는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는 길이 순조롭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Fed가 5월에 금리 인하에 착수한다는 것이 우리의 기본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1월 FOMC 이후에도 3월 피벗 전망을 유지해 온 그는 "만약 이 보고서에 드러난 문제 신호가 계속되면 인하 시점이 더 늦어질 위험이 커진다"고 덧붙였다.
종목별로는 제트블루가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이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고 확인한 뒤 11% 가까이 급등하고 있다. 장난감 업체인 해즈브로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을 하회하면서 2.4% 넘게 밀리는 중이다. 미국 렌터가 업체 애비스 버짓 그룹 역시 실적에 대한 실망감에 17% 가까이 하락세다.
국채 금리는 오름세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10bp(1bp=0.01%포인트) 오른 4.27%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11bp 상승한 4.58% 선에서 움직이는 중이다.
국제유가는 중동 불안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오르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0.52달러 오른 배럴당 77.44달러를 기록 중이다. 브렌트유는 0.46달러 상승한 82.4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