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민재기자
이중국적자가 사회복무요원 배정을 장기간 기다리다가 전시근로역으로 편입된 뒤 한국 국적 선택을 신청했으나, 출입국청이 이를 반려한 처분이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이중국적자 A씨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낸 국적선택신고 반려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미국에서 태어난 이중국적자로 2017년 병역 판정 검사에서 신체등급 4급 판정을 받고 사회복무요원 소집 대상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당시 사회복무요원으로 판정된 사람이 실제 필요한 인원보다 많아지면서 A씨는 3년가량 대기만 하다가 배정받지 못하고 2021년 전시근로역으로 편입됐다. 전시근로역은 현역이나 보충역으로 군에서 복무하지 못하고 전시에 소집돼 지원 업무를 맡는 것이다.
이듬해 A씨는 외국국적불행사를 서약하고 한국 국적을 선택하기 위해 출입국청에 신고했지만, 출입국청은 A씨가 병역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인정하지 않고 이를 반려했다. 이에 A씨는 "전시근로역은 사실상 복무를 마치거나 마친 것으로 보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국적법은 만 20세 전에 복수국적자가 된 사람은 만 22세가 되기 전까지 하나의 국적을 선택해야 하고, 그 기간이 지난 후 한국 국적을 선택하려면 외국 국적을 포기하거나 '군 복무를 마치거나 마친 것으로 보게 되는 경우'에 해당하면서 외국 국적 불행사 서약을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경우 명시적으로 '복무를 마친 것으로 보게 되는 경우'에 규정돼 있진 않다"면서도 "병역의무자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인해 복무를 이행하지 못한 것이고 병역 회피의 우려가 없다"며 A씨가 군 복무를 마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피고는 A씨 스스로 현역병으로 병역처분 변경을 신청하거나 소집자원이 적은 타지역의 기관을 적극적으로 찾아 사회복무요원 복무를 이행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A씨가 스스로에게 불이익일 수 있는 방식으로 적극적인 병역의무 이행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를 귀책사유로 평가할 수 없다"며 "결국 이 사건 처분은 국가의 병역자원 배분의 문제로 인해 A씨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이어서 부당하다"라고 판시했다.
출입국청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