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진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미 사망했거나 건강이 나빠져 공개 석상에서 대역을 쓰고 있다는 '푸틴 대역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미국 극우 논객의 푸틴 대통령 인터뷰가 조작된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의 정치학자 발레리 솔로베이는 지난 8일 공개된 터커 칼슨 폭스뉴스 전 앵커와 푸틴 대통령의 2시간 인터뷰가 가짜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터뷰에 나선 인물이 푸틴 대통령이 아닌 그와 매우 닮은 대역이라고 했다.
발레리 솔로베이는 정치학자이자 50만여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로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이미 사망했으며 현재 공개 석상에 나선 인물은 그의 대역이라는 음모론을 펼치고 있다.
그는 크렘린궁 고위 인사들이 푸틴 대통령의 시신을 냉장고에 숨겨둔 채 그의 대역을 조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WSJ는 이 주장에 대한 칼슨 전 앵커의 입장을 물었으나 그는 답변을 거부했다. 크렘린궁도 이메일 문의에 답장하지 않았다.
이 같은 '푸틴 대역설'은 2020년부터 지속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서방 언론에 관심을 끌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이미 사망했거나 건강이 나빠 대역을 쓰고 있다는 주장은 반(反)푸틴 성향 텔레그램 채널이나 유튜버 등에 의해 계속 생성된다.
이를 믿는 일부 누리꾼이 공개 석상 속 푸틴 대통령의 행동이나 외모를 분석한 영상이나 사진을 올리며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WSJ는 관련 보도가 나올 때마다 푸틴 대역설과 관련된 검색어가 급증하는 등 꾸준한 관심을 끌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음모론이 지속되자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2022년 푸틴 대통령에 대해 "완전히 지나치게 건강하다"며 이례적으로 해외 지도자의 건강 상태를 밝히기도 했다.
이 가운데 러시아 크렘린궁은 대역설을 반박하기보다 방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푸틴 사망설이 러시아 내부나 서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등 푸틴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의 관심을 덜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미국 바이든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고문을 지닌 에릭 그린은 크렘린궁이 언론에 푸틴 대통령에 관한 잘못된 정보를 제공, 언론 신뢰도를 낮추려 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