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기기자
이재명, 안철수, 이준석의 공통점은 오렌지색이 떠오르는 정치인이라는 것. 이들은 자신의 세를 본격적으로 불리거나 굳히기 시작할 때 쨍한 오렌지색을 들고나와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부각했다.
주황색 계열은 심리적으로 따뜻하고 편안하며 갈등을 이완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반대로 불안을 유발하거나 경계의 의미를 나타내기도 한다. 정치·사회적으로는 '혁명'이나 '기득권 타파'를 상징하는 의미로 쓰일 때가 많다. 주황색을 내세운 대표적인 혁명으로는 구소련에서 확산한 '오렌지혁명'이 있다. 이 혁명은 권위주의 정권을 무너뜨린 민주화 운동으로 평가된다.
3인의 정치인 중 가장 먼저 오렌지색을 선택한 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그는 2017년 오렌지색을 대표 컬러로 내세워 당 대선 경선에 나섰다. 경선 당시 문재인, 안희정, 최성 후보는 모두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계열의 띠를 착용했지만 이 대표는 유일하게 오렌지색 어깨띠를 매고 나와 화제가 됐다. 오렌지색 어깨띠에는 '개혁 대통령 이재명' ,'적폐 청산'이라는 문구가 적혔다.
이 대표의 정치 팬덤이었던 '손가락혁명군'(손가혁)도 오렌지색을 대표 컬러로 삼았다. 손가혁은 이 대표의 열성 지지자 그룹으로 적극적인 인터넷 활동으로 정치개혁을 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과거 이 대표는 박근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과정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정치 참여를 독려했고 이를 '손가락 혁명'이라며 명명했는데, 이 대표 지지자들은 손가혁에 참여해 이 대표를 지원했다.
이 대표가 오렌지색을 내세웠을 당시에는 성남시장을 역임하며 파격적인 시정 운영과 '사이다' 언변으로 시선을 끌며 '네임드 정치인'으로서 자리매김했던 시점이다. 하지만 중앙 정계와 가까운 인물은 아니었다. 이 대표 스스로도 자신을 '변방의 장수'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의 경우 2020년 국민의당을 창당하면 정당 컬러로 오렌지색을 사용했다. 당시 민중당이 먼저 당색으로 주황색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민중당으로부터 '당색을 가로챘다'는 항의를 받기도 했으나 오렌지색을 고집했다.
국민의당이 오렌지색을 선택한 건 '중도정치'라는 당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안 의원은 당시 국민의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새롭게 다시 태어난 국민의당이 진정한 실용적 중도정치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굳건하게 결연한 각오로 함께 '오렌지 혁명'을 일으켜 정치를 바꾸고 대한민국을 바꾸자"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2022년 4월 국민의힘에 흡수 통합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제20대 대선 국면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오랜 진통 끝에 통합정부·합당을 공동선언하며 단일화했다. 안 의원은 대선에 출마하면서 "시대교체를 교체하겠다"며 양당 체제 극복을 내걸기도 했으나 결국 시도에 그쳤다.
최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신당 컬러로 '오렌지색' 채택했다. 개혁신당은 오렌지색을 당색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개혁신당의 당색 '개혁 오렌지'는 젊음, 대담함을 상징하는 오렌지에 당 이미지인 개혁을 덧입힌 것"이라며 "역동성과 미래지향성을 추구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신당의 이미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색 결정은 한국디자인학회 이사인 윤형건 홍보본부장이 주도했다.
이 대표가 오렌지색을 선택한 건 자신의 정치적 자산인 '젊고 개혁적인 보수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양향자 대표의 '한국의희망'과 합당을 염두에 두고 당색을 선택했다는 추측도 있다. 앞서 한국의희망은 개혁신당과 합당하기 전 오렌지색을 당색으로 사용했다. 두 당은 지난달 24일 내년 총선을 앞두고 등장한 제3지대 세력 중 처음으로 합당에 성공했다.
'정치적 앙숙'인 이준석 대표와 안 의원은 당 상징색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안 의원은 이준석 대표의 신당과 관련 "당의 색깔이든 미래, 개혁 이런 핵심 개념들도 다 제가 했던 것들"이라며 깎아내렸다. 안 의원은 최근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참고로 왜 저희(국민의당)가 오렌지 색깔을 했느냐면 떠오르는 태양을 상징한 것"이라며 "또 다른 의미로는 중도 정당, 실용 정당이라서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