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명물 '뷰티 택시' 1인 시위 철회…'시민을 위한 시정은 없나'

미용 물품 갖춘 '뷰티택시', 운영 중단 통보
"납득 어려워…비겁하고 싶지 않다" 시위
대전시 측 "기업 간 계약 규정 개입 어려워"

택시 안에 다양한 미용 물품을 갖춰 화제를 모은 '뷰티 택시'가 안전성 신고로 운영을 중단한 가운데, 택시 기사 안성우 씨가 대전시의 대응에 아쉬움을 표했다. 6일 안 씨는 아시아경제에 보낸 입장문에서 "납득할 수 없는 대기업 결정이지만 따를 수밖에 없었다"면서도 "기업을 위한 시정은 있어도 시민을 위한 시정은 없는 현실"이라며 대전시청 앞 1인 시위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대전시청 앞 1인 시위에 나섰던 안 씨. [이미지출처=TJB 보도화면 캡처]

안 씨는 "지난달 30일 '뷰티 택시' 강제 중단이 있었다. 납득할 수 없는 대기업 결정이지만 따를 수밖에 없었다. 소속 회사의 어려움과 동료 기사분들이 입게 될 피해는 절대 막아야 했다"며 다른 일을 찾아보려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딸의 반대로 '뷰티 택시'를 지키기 위한 행보를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딸이 '뷰티 택시 실패는 용서할 수 있지만, 비겁한 건 용서할 수 없다. 회사랑 동료 걱정하는 건 핑계로 들린다'고 말했다"며 이후 대전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기업이 작정하고 진행하는 일을 시장님께서 단번에 해결해줄 수는 없다. 지혜를 모으고 노력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면담할 기회라도 주어진다면 시장님께 무릎 꿇고 호소해보려고 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제 바람은 무산됐다"고 말했다. 대전시 측은 안 씨에게 "기업 간 계약 규정에 관련된 사안은 대전시에서 개입하지 않는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안 씨는 "카카오의 강제 중단 명령보다 더 가혹하고 좌절감을 심어준 통보였다"며 "'기업을 위한 시정은 있어도 시민을 위한 시정은 없다'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도 기성세대로서 이 현실을 만드는 데 일조한 1인"이라며 "이런 사회에서 딸들이 앞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1인 시위는 중단하지만 계속해서 비겁하지 않은 아빠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전국 유일 '뷰티 택시'…같은 서비스로 상 주고 벌주고

전국 유일의 '뷰티 택시'는 택시 기사 안 씨가 2년여간 운영한 차량이다. 그는 '택시 요금이 나날이 오르는데도 서비스는 변함이 없다'는 생각과 "택시에서 화장하는데 기사한테 눈치가 보인다"는 딸의 말에 '뷰티 택시'를 탄생시켰다. 고데기, 고무줄, 실핀, 꼬리빗, 스타킹, 덧신, 인공눈물 등을 갖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크게 주목받았다.

그런데 앞서 카카오모빌리티 측이 '뷰티 택시'가 소속된 대전지역 운수 회사와 안 씨에게 "가맹 운영 규정에 어긋난다"며 택시 내부의 물품을 자진 철거하라고 요구한 사실이 전해졌다. 지난해 '뷰티 택시'는 서비스와 안전 운전을 기준으로 선정하는 카카오모빌리티 ‘이달의 크루’로 뽑히기도 했으나, 이번에는 오히려 '과도한 서비스'라며 운영 불가 통보를 받아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지난해 12월 시행한 일제 점검 당시 고데기 등 물품 일부가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어 개선을 요청했다”며 “일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가맹 택시인데 ‘뷰티 택시’가 정해진 틀을 벗어나 이용자의 신고가 들어오는 등 제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슈2팀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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