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킬까봐 가족명의 썼는데…공공기관에 딱 걸린 '택갈이' 업체

공공기관에 원산지 둔갑 의류 납품 업체 적발
업체 대표, 같은 혐의로 이미 집행유예 처분
가중처벌 피할 의도의 '꼼수', 가족까지 동원

라벨갈이로 원산지를 바꾼 후 공공기관에 저가 의류를 대량 납품한 업체 대표가 덜미를 잡혔다. 적발된 업체 대표는 같은 전력으로 가중처벌 받을 것에 대비, 가족 명의의 위장 업체를 설립해 범행에 활용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관세청 서울세관은 국내 의류업체 대표 A(50대)씨를 대외무역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했다고 31일 밝혔다.

관세청 제공

서울세관에 따르면 A씨는 저가·저품질의 외국산 의류를 국산으로 둔갑해 공공기관에 부정 납품한 혐의를 받는다.

조사결과 A씨는 애초 부착된 원산지표시 라벨을 제거한 후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인 것처럼 꾸며 19개 공공기관에 총 32회에 걸쳐 대량의 의류를 부정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의 부정 납품으로 발생한 피해액은 186억원에 달한다.

A씨는 과거 함께 일했던 직원 명의의 업체(B사)와 제3의 거래처(수입업체)를 통해 베트남 등지에서 의류 30만점을 수입한 후 친인척 명의의 국내 사업장에 반입, 원산지가 표시된 라벨을 바꿔치기했다.

조달청은 중소기업 경쟁력 향상과 경영안정을 위해 정부·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의류 등 일정 품목에 대해 국내 중소기업이 직접 생산한 제품만 납품하도록 한다.

하지만 A씨는 조달계약 체결을 할 당시부터 국내 생산능력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 공공기관 계약 담당자를 속여 수입물품을 직접 생산한 것처럼 속여 의류를 납품했다는 것이 서울세관의 설명이다.

특히 A씨는 2021년 같은 혐의로 인천세관에 적발돼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후에도 재차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된다.

또 범행 과정에서는 가중처벌을 우려해 이전 직원이 운영하는 B사와 아들(C사)·아내(D사)·사위(E사) 등 명의로 위장업체를 설립해 세관의 감시망을 피해가는 치밀함도 보였다.

서울세관 관계자는 “A씨의 범행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수입업체에 대해서도 ‘방조죄’ 적용을 검토하는 등 공모 여부를 철저히 확인해 엄정 조치할 방침”이라며 “저가 외국산 물품의 원산지를 국산으로 속여 납품하는 행위는 선량한 국내 중소 제조기업의 판로와 일자리를 빼앗는 중대범죄로, 세관은 앞으로 이 같은 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세종중부취재본부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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