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권해영특파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중동에 주둔한 미군 사망자에 대한 공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군 3명이 친이란 무장단체의 드론 공격을 받아 숨졌다. 지난해 10월 시작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이후 미군이 중동에서 사망한 것은 처음이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중동 내에서 확전을 경계해 왔지만 이번 사태로 이란에 보다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압박에 직면할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전날 밤 요르단 북동부에 주둔한 미군이 드론 공격을 받아 3명이 숨지고 다수가 다쳤다고 밝혔다. 당초 미 중부사령부는 25명이 다쳤다고 발표했지만, 현재 최소 34명에 대한 외상성 뇌 손상 여부를 관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이란이 후원하고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극단주의 민병대가 공격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미국은 우리가 선택한 시점과 방식으로 이 공격에 책임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우리는 (테러와의)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테러와 싸우겠다는 그들(희생 장병)의 신념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요르단 정부는 이번 공격이 시리아 내 알-탄프 미군기지를 목표로 한 것이며 숨진 미군 병사들은 요르단이 아닌 시리아에 있었다고 밝혔다.
앞서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이후 시리아와 이라크의 친이란 무장단체들은 중동에 주둔한 미군을 지속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지금까지 친이란 단체가 미국과 동맹국에 가한 공격은 총 158회에 이르며, 이로 인해 많은 미군이 부상을 입었지만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은 지난 2021년 테러와의 전쟁 종식을 선언한 이후에도 대테러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병력을 남겨뒀다.
찰스 Q. 브라운 미국 합참의장은 이날 오전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중동 지역에서 분쟁이 확산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목표는 그들을 저지하는 것이며 우리는 중동 지역에서 훨씬 더 광범위한 분쟁으로 이어지는 길을 걷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미국 내에서는 그동안 이란과의 정면충돌을 경계해 왔던 바이든 정부에 대(對) 이란 강경 대응을 주문하는 여론도 고조될 전망이다.
공화당 소속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이란과 연계된 공격을 저지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노력이 실패로 돌아갔다"며 "지금 당장 이란을 공격해야 한다. 세게 때려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군 병력에 대한 공격 횟수가 160회 정도로 급증하자 국방부는 이라크, 시리아, 예멘에 주둔하는 이란 대리 세력에 선택적 보복 공격을 감행했으나 이런 조치는 폭력을 자행하는 이들을 억제하는 데 실패했다"면서 "대통령을 비판하는 이들은 더욱 공격적인 대응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