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읽다]달, 보기보다 생각보다 가깝지 않은…

일, 핀포인트 달착륙 성공했지만 임무 완수 실패
미, 민간 달착륙선 실패 후 유인 달 탐사 계획도 연기
한, 2032년 달 착륙 목표 달성도 험난한 길

달과 지구의 거리는 38만5000km다. 지구에서부터 이 거리를 날아가 달에 착륙하는 것은 첨단 과학 시대인 지금도 어렵다. 미국이 1960년대 처음 유인 달 탐사에 성공한 후 지금까지 달에 도착한 국가도 극히 한정적이다. 달 탐사선 착륙 성공시켰다는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의 우주기술을 가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초부터 우주 강국의 달 탐사가 희비가 엇갈리는 것은 2032년 달착륙을 목표로하는 우리에게도 많은 과제가 남아 있음을 시사한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20일 달 표면에 성공적으로 착륙한 달 탐사선 '슬림'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JAXA가 장난감 업체 다카라 토미와 공동 개발한 공 모양의 변형 로봇 '소라-Q'가 촬영한 슬림의 모습. JAXA, 다카라 토미, 소니그룹, 도시샤대학 제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일본은 지난 20일 달에 착륙한 탐사선 ‘슬림’을 통해 우주 기술 수준이 세계적임을 확인했다. 일본은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5번째로 달에 도착했지만, 착륙의 정확도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달 탐사선 ‘슬림’이 달에 도착한 지 5일 만인 25일에 기자회견을 열고 "착륙 목표 지점으로부터 55m 정도 위치에 착륙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JAXA의 목표는 100m 이내 안착이었다. 이는 달 탐사에서 획기적인 성과로 평가된다. 달까지 안전하게 도달하기도 어렵지만, 착륙지점에 최대한 근접해 착륙하는 것도 난제다. 기존 달 착륙 지점 오차는 수㎞ 이상이었다. JAXA는 목표지점 100m 이내로 착륙한다는 ‘핀포인트 착륙’에 도전했고 목표를 넘어서는 성과를 달성했다. 슬림의 책임자인 사카이 신이치로 JAXA 프로젝트 매니저는 이번 착륙을 "100점 만점이다"고 강조했다.

달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안전하고, 부드러우면서 정확한 착륙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안전하게 연착륙하는 것까지는 성공했지만 핀포인트 착륙은 전례가 없었다. 천이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부장은 비록 슬림이 착륙 과정에서 엔진이 고장나 완벽한 자세로 착륙하지 못해 2시간 반 만에 멈췄다고 해도 핀포인트 착륙에 성공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달 착륙 시, 계획한 착륙 지점에 얼마나 정확히 도착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천 부장은 "착륙 지점이 목표 지점과 멀 경우 이동이 어렵거니와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정확한 착륙이 달 착륙 계획의 성공 여부를 좌우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천 부장은 일본 달착륙선이 다른 나라와 달리 커다란 다리가 없는 듯한 독특한 모습을 한 것도 착륙 목표 지점이 경사면임을 고려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이 공개한 사진 속에서 슬림이 울퉁불퉁한 달 표면에 비스듬히 서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의 첫 민간 달 착륙선 '페레그린'을 실은 ULA 로켓이 지난 8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캐너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치솟고 있다. 페레그린은 달 궤도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실패했다. [이미지출처=UPI연합뉴스]

달까지 향하는 여정은 여전히 쉽지 않다. 지난해에는 러시아가 쏘아 올린 달 무인 착륙선 ‘루나 25호’가 월면에 충돌하며 달착륙에 실패했다. 이스라엘도 실패를 경험했다. 인도와 일본은 실패 후 도전에서 성공한 경우다. 인류 최초 유인 달 탐사국인 미국도 체면을 크게 구겼다. 반세기 만에 달에 보낸 탐사선은 문제가 발생했고 유인 달 탐사 계획은 지연되고 있다.

미국 기업이 개발한 세계 최초의 민간 달 착륙선 ‘페레그린’은 지난 8일 유엘에이(ULA)의 신형 로켓에 실려 성공적으로 발사됐으나, 발사 7시간 후 연료 누출 현상이 발생하며 달이 아닌 지구에 추락할 처지로 전락했다. 페레그린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주도하에 발사된 세계 최초의 민간 달 착륙 우주선이다. 페레그린은 예정대로였다면 다음 달 민간 우주기업으로서는 최초로 달 착륙에 도전할 계획이었지만 오히려 세계 최초로 실패를 경험한 민간 달 착륙선이라는 오명만 남겼다.

NASA가 야심차게 준비해온 유인 달 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에서도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NASA는 우주인을 태우고 달 궤도를 도는 아르테미스 2호 임무를 내년 9월로, 우주인이 달 표면에 착륙하는 아르테미스 3호 임무를 2026년 9월로 각각 미뤘다. 당초 예정대로라면 아르테미스 2호가 올해 11월 우주비행사를 태우고 달 궤도를 돈 후 아르테미스 3호가 내년에 달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약 1년가량 시간표가 늦춰진 것이다. 이에 대해 NASA는 비행사들의 안전을 위한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아직 보완할 부분이 많은 셈이다. 아르테미스 3호의 달 착륙선으로 사용될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스타십’도 아직 미완성 상태다. 스타십은 지난해 두 차례의 시험발사를 했지만 성공하지는 못했다. 다만 시험발사를 통해 진전은 이뤄지고 있다는 평이다.

우리는 한국형 달 착륙선 개발을 본격화해 차세대 발사체에 탑재해 2032년 달 착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달 착륙선 개발을 포함한 ‘달 탐사 2단계 사업’은 지난해 10월 2022년 제3차 국가연구개발사업 예비타당성조사 종합 평가를 거쳐 최종 확정됐다. 현재 한국형 달 궤도선 ‘다누리’가 달 궤도를 돌고 있지만 달 착륙선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달 착륙을 통해 진정한 우주개발 국가의 반열에 오르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이 시간표가 아무런 문제 없이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는 100% 장담할 수 없다.

오피니언팀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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