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열기자
기아가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의 경영실적을 기록했다. 완성차 업체의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이 두 자릿수로 오르는 등 ‘돈 되는’ 장사를 했다. 최근 들어 국내외 시장 상황이 만만치 않지만 전기차 등 비싼 차종 위주로 판매를 늘리기로 하면서 올해 영업이익을 12조원으로 3.4% 높여 잡았다.
25일 기아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11조6079억원(IFRS 연결기준)으로 한 해 전보다 60.5% 늘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99조8084억원으로 15.3%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11.6%로 2022년(8.4%)보다 3.2%포인트 올랐다. 연간 기준 영업이익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두 자릿수 이익률은 메르세데스-벤츠나 테슬라 같은 고가 브랜드도 달성하기 쉽지 않은 수익성 지표로 꼽힌다. 기아는 분기 기준으로 2022년 4분기 이후 다섯 분기 연속 두 자릿수 이익률을 기록했다.
국내외 완성차 판매량은 308만7384대로 같은 기간 6.4% 늘었다. 매출이나 영업이익, 판매량 등 다양한 경영지표에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매출이나 영업이익은 직전 최대 수준이던 2022년을 훌쩍 넘어섰다. 판매대수 역시 직전 최대치였던 2015년(304만9972대)보다 많다.
완성차 판매대수 증가분 이상으로 매출이나 이익이 늘어난 건 레저용차량(RV)이나 전기차 등 상대적으로 비싼 차가 많이 팔린 영향이 크다. 직전 판매량이 많았던 2010년대 중반께는 중국 등 저개발국가에서 소형 세단 위주로 팔렸는데 최근 들어선 대당 단가가 비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전기차·하이브리드 같은 친환경차 비중이 늘었다. 지난해 전체 판매량 가운데 친환경차 비중은 19.1%로 1년 전보다 2.3%포인트 늘었다. 주력시장도 북미·유럽 등 선진국 위주로 바뀌었다.
여기에 업계 최저 수준으로 인센티브를 유지하면서 비용을 줄였다. 따로 판촉활동을 하지 않아도 차가 잘 팔렸다는 뜻이다. 원화 약세 기조가 오랜 기간 이어지면서 환율 덕도 봤다.
다만 지난해 4분기 들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 줄어들면서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아진 징후가 곳곳에서 보인다. 4분기 기준 영업이익은 2조4658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줄어든 건 2021년 4분기 이후 2년 만이다. 회사 관계자는 "업체 간 경쟁이 심해져 인센티브가 늘었고 원화 강세에 따른 부정적 환율 영향으로 수익성은 1년 전보다 소폭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대기수요가 줄어든 데다 경기침체·고금리 등 시장 상황이 만만치 않지만 올해 목표치를 작년 대비 올려잡는 등 고삐를 죄기로 했다. 기아는 올해 판매량을 지난해보다 3.6% 늘어난 320만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3%, 3.4% 늘어난 101조1000억원과 12조원으로 잡았다.
회사는 "고부가가치 차량 수요가 높은 미국·유럽에서 인기차종과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판매를 늘릴 것"이라며 "전기차 시장 둔화 우려가 있지만 EV9 해외 판매를 본격화하고 가격경쟁력을 갖춘 중소형 전기차로 친환경차 리더십을 굳건히 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회사는 주주가치 제고 등을 이유로 자사주 5000억원어치를 매입하고 3분기까지 경영목표를 달성할 경우 100%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50%를 소각하기로 했었는데 이를 늘리기로 한 것이다. 기말 배당금을 지난해보다 2100원 오른 5600원으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