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환기자
박유진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가 1.4% 성장하는 데 그쳤다. 2020년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로 저성장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작년 4분기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개선되면서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6%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4%를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정부의 기존 예상치에는 부합했지만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0.7%를 기록한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4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6%를 기록했다. 분기별 GDP 성장률은 2022년 4분기 -0.3%로 역성장한 이후 작년 1분기(0.3%), 2분기(0.6%), 3분기(0.6%)에 이어 4분기까지 플러스 성장 기조를 유지했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021년 4.3%, 2022년 2.6%에 이어 3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코로나19 위기가 있었던 2020년 -0.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투자는 늘었지만 소비와 수출 등 핵심 항목에서 지표가 부진하게 나타났다. 특히 민간소비 증가율이 2022년 4.1%에서 1.8%로 큰 폭으로 떨어졌고, 정부소비 증가율도 4.0%에서 1.3%로 낮아졌다. 정부소비의 경우 2000년 0.7%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값을 보였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정부가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고, 코로나19 관련해서 방역 지출했던 부분들이 줄면서 정부소비가 전체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수출 증가율도 2022년 3.4%에서 2023년에는 2.8%로 낮아졌다. 이에 지난해 민간의 성장 기여도는 0.9%포인트로 전년(2.1%포인트)보다 낮아졌다. 정부의 성장 기여도는 0.4%포인트로 직전년(0.5%포인트)보다 하락했다.
순수출(수출-수입) 기여도는 -0.1%포인트로 부진했고, 설비투자 기여도는 0%포인트를 기록했다. 건설투자는 0.2%포인트로 전년(-0.2%포인트)보다 개선됐다.
성장률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저성장 기조의 고착화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신 국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잠재성장률이 2.0% 정도인데 향후 0%대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며 "성장률 하락은 저출산 고령화와 생산성 저하,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4분기 우리 경제는 수출이 이끌었다. 4분기 수출은 전 분기 대비 2.6% 증가해 개선세를 이어갔다.
반도체 수출은 작년 내내 마이너스 흐름을 보이다가 11월(12.9%)부터 12월(21.8%)까지 2개월 연속 플러스로 돌아섰다. 우리 주력 품목인 메모리반도체 가격 회복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수입은 석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1.0% 늘었다.
민간소비는 거주자 국외 소비지출을 중심으로 0.2% 늘었다. 정부소비는 건강보험급여 등 사회보장 현물 수혜와 물건비 위주로 0.4% 증가했고, 설비투자는 운송장비 등의 호조로 3.0% 성장했다.
하지만 건설투자의 경우 건물·토목 건설이 모두 줄면서 4.2% 감소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부동산 업황의 불황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PF 문제는 예측하지 못했던 변수이기 때문에 건설 투자와 더불어 내수 소비까지 침체될 수 있는 요인 중에 하나"라며 "PF 대출이 흔들리면 건설사들에서 실업률이 늘어나니까 실업으로 인해 경기 침체를 크게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에 가장 크게 기여한 항목은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로 기여도가 0.8%포인트에 달했다. 설비투자(0.3%포인트)와 민간소비(0.1%포인트), 정부소비(0.1%포인트)도 플러스를 기록했다. 반대로 건설투자는 성장률을 0.7%포인트 끌어내렸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농림어업은 농산물 생산 등이 줄어 6.1% 감소했고, 제조업은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 제조업 등을 중심으로 1.1% 증가했다.
전기가스수도업은 전기업 등을 중심으로 11.1% 증가했다. 건설업은 건물건설, 토목건설이 모두 줄어 3.6% 감소했다. 서비스업은 금융 및 보험업 등이 감소했지만 사업서비스업, 의료·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등이 늘어 0.6% 증가했다.
4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실질 GDP 성장률(0.6%)보다 낮은 0.4% 증가에 그쳤다. 연간 실질 GDI 증가율(1.4%)은 교역조건이 전년 수준을 유지함에 따라 실질 GDP 성장률(1.4%)과 동일한 수치로 나타났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올해도 우리 경제성장률이 2%대 초반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이달 초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해 우리 GDP 성장률을 2.2%로 예측했다. 지난해 7월 전망한 2.4%보다 0.2%포인트 낮췄다. 올해 세계 교역이 회복되면서 작년보다는 성장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은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정부 전망보다 높은 2.3%를 제시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은 2.2%로 예상해 정부 전망과 같다. 한은은 2.1%를 전망했다.
작년보다는 올해 경제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세계 주요국과 비교하면 경기 회복세가 약하다는 평가다.
작년 11월 OECD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세계 경제는 2.7%, 주요 20개국(G20)은 2.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 전망치보다 높다. IMF도 올해 세계 경제가 2.9%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석 교수는 "올해 정부와 한은이 예상하는 2%대 초반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며 "고금리 영향으로 투자가 침체되고, 하반기에는 특히 내수 침체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석 교수는 "정부가 재정지출도 상반기에 집중하는 바람에 하반기에 재정 정책으로 대응할 여력도 없다"며 "다만 수출이 증가하기 때문에 그나마 작년보다는 성장률이 높은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4월에 선거도 있는 만큼 정부에서 투자를 조금 앞당겨서 하고 있어 1분기에는 성장률이 잘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올해 전체적으로 보면 고물가, 고금리가 유지되고 소비나 투자가 늘어나기 어려워 저성장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