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우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갈등 와중에 주목된 키워드 중 하나는 '친윤'이었다. 과거 50여 명의 의원이 나경원 전 의원의 당 대표 출마를 막기 위해 연판장을 쓰며 '김기현 옹위'에 나섰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용 의원 등 서너 명이 '한동훈 비판'에 나섰을 뿐 대부분 의원은 침묵했다. "친윤계가 있긴 한가"라는 말이 정치권에 나오는 배경이다. 집권 초 '윤핵관'으로 지칭됐던 인물들의 현재가 그것을 말해준다. 권성동 전 원내대표는 대통령과 거리가 멀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장제원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으며 김기현 의원은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상징적인 것은 집권당 지도부의 변화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8개월간 집권 여당 대표는 2명, 비대위원장 등까지 모두 포함하면 총 7명이 교체됐다. 지난 20대 대선 당시 당을 이끌었던 이준석 전 대표는 윤 대통령 취임 두 달 만인 7월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징계를 받고 물러났다. 징계 사유는 성비위 의혹과 관련한 증거인멸교사였으나, 정치권에서는 대통령과의 갈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은 권성동 원내대표는 불과 20여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권 의원은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최측근으로 분류됐던 인물이다. 그는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 자리에서 '대통령 윤석열'로 표시된 발신자와의 대화가 공개되면서 사퇴했다.
이후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 체제 직후 법원의 이준석 전 대표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다시 권선동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정진석 국회부의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 체제가 출범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1년도 안 돼 여당 대표가 직무대행을 포함해 4명이나 바뀐 셈이다.
지난해 3월 전당대회에서는 '윤심'의 지지로 김기현 의원이 당대표로 임명됐지만, 그 역시 대통령실과의 불협화음을 피할 수 없었다. 김 전 대표 사퇴 이후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에 이어 지난해 말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임명됐다. 한 위원장 역시 취임 한 달을 채우지 못하고 이른바 김건희 여사의 '명품 백 수수' 논란과 관련한 대통령실과의 입장 차이로 사퇴 압박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