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늘어난 관광객들, 땅만 보며 걷는다…'쥐구멍 보러'

관광명소로 떠오른 '시카고 랫홀'
주민들은 몰려온 관광객에 불편함 호소

[이미지출처=윈슬로 듀메인 SNS]

미국 동부 일리노이주 시카고 한 거리에 있는 '쥐 모양 구멍'이 화제 되면서 이를 구경하러 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몰려오는 관광객들에 불만을 호소하며 쥐구멍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미 CBS 등 외신은 일명 '시카고 랫홀(Chicago Rat Hole)'이 시카고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랫홀'은 '쥐(rat)'와 도로에 생긴 구멍을 뜻하는 '팟홀(pothole)'을 합친 단어다. 랫홀은 오래전부터 같은 위치에 있었으나, 지난 6일 예술가이자 코미디언인 윈슬로 듀메인이 랫홀 사진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서 유명해졌다. 그는 자신의 X(옛 트위터)를 통해 "시카고에 왔다면 '시카고 랫홀'을 순례해야 한다"고 했다.

[이미지출처=CBS NEWS]

이후 랫홀을 보러 오는 관광객들이 늘면서 이곳은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다. 한 행인은 "정말 단순하고 예술적"이라고 했다. 일부 관광객들은 랫홀 주변에 동전이나 꽃 등을 두기도 했다.

지역 정치인이 랫홀을 언급한 사례도 있었다. 일리노이주 하원의원인 앤 윌리엄스ㅁ는 지난 10일 X를 통해 '11구역의 보석인 시카고 랫홀을 방문해 보세요'라는 홍보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서 그는 "이 지역구에는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정말 많다"며 "멋진 바와 레스토랑, 아름다운 동네, 상징적인 리글리 필드, 그리고 물론 시카고 랫홀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몰려오는 관광객들에 주민들은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들은 주거 지역이 관광명소가 되는 것에 지쳤다고 토로했다. 특히 한 주민은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플랫폼 '레딧'에 글을 올려 이곳 주민들이 최근 랫홀로 인해 부딪힌 문제들에 대해 나열했다. 이 주민은 ▲공공기물 파손 ▲지나가면서 경적을 울리는 자동차들 ▲1층 세입자들의 사라진 사생활 ▲동네 전역에서 이뤄지는 거리 주차 등을 지적했다.

주민은 "지난 주말 나와 이웃들에겐 그야말로 지옥이었다"며 "20년도 더 된 랫홀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이젠 값싼 마케팅 수단이 됐다. 모두가 랫홀을 이용해 온라인에서 영향력을 얻고 싶어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주민들은 지자체가 랫홀을 제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슈2팀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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