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김현정특파원
중국이 의심받고 있다. 한 국가를 평가·진단하는 최소한의 정보이자 신뢰의 마지노선 같은 경제지표조차도 의심 아래 놓였다. 지난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5.2%'가 대표적이다. 현지 언론은 중국이 정부 목표치(5.0% 안팎)를 달성했다며 자축하지만, 외부에선 미심쩍다는 표정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 경제 규모를 달러로 환산하며 이의를 제기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달러 기준 중국의 지난해 명목 GDP는 전년 대비 0.5% 감소했다"면서 1994년 이후 29년 만에 처음 GDP가 뒷걸음쳤다고 지적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더 구체적으로 의심했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중국의) 전체 투자는 대체로 정체됐고, 이는 GDP 성장률이 상당히 과장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실제 수치는 1.5% 정도일 것"이라는 로건 라이트 로듐그룹 이사의 의견을 전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해 고정자산투자(FAI)가 명목 기준 3% 증가했다고 밝혔지만, 총 투자액(50조3000억위안·약 9310조5300억원)의 전년 대비 증감은 조사과정에서 발견된 문제로 인해 추산할 수 없다고 한 것도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대대적 봉쇄에도 불구하고 2022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3%에 달했을 때부터 중국발 통계에 대한 의심과 회의론이 심화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차이나이코노믹리뷰가 곧 발표할 논문이라면서, 야간 조명 데이터 기반으로 추산하면 2022년의 GDP 성장률은 마이너스 3.9%라고 봤다. 2022년 성장률은 0.9%에 그치며, 지난해에는 그 기저효과로 5.2%가 아닌 7.2% 성장했다는 패덤컨설팅의 집계치도 함께 보도했다.
한 주요 외신은 칼럼을 통해 "경제학자들은 베이징의 공식 경제 데이터를 참고용으로만 간주한다"면서 "중국은 국가통계국에 막대한 자원을 투자하고 있지만, 투명성이 저하돼 결과에 대한 신뢰가 손상됐다"고 적었다. 이어 "2013년 시진핑 주석이 지도자가 된 이후 기관이 제공하는 경제 지표의 수는 크게 감소했다"며 "동시에 관측자들은 중국 공식 GDP 수치에 대해 더욱 회의적이 됐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7월부터 발표를 잠정 중단했던 중국 청년(16~24세) 실업률은 6월 21.3%에서 6개월 만에 14.9%(12월)로 돌아왔다. 물론 재학생을 통계에서 제외해 기준이 조정됐다는 일견 타당한 이유가 존재한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통계 기준을 바꾸면, 비교의 연속성과 이해를 돕기 위해 한동안 기존 기준의 집계치도 함께 공개한다. 이번 발표에 그런 배려는 없었다.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우리 공기업의 한 중국지역본부장은 최근 만난 자리에서 "중국 당국으로부터 (파견) 인원을 줄이라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겉으로는 대외 개방과 투자 여건 개선을 강조하면서, 사실상 정당한 활동에 대해서도 압박을 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관계에 있어 가장 독이 되는 요소 중 하나는 '의심'이다. 오해는 되돌릴 수 있지만, 반복된 거짓말이 낳은 의심은 관계를 깨뜨린다. 과거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억겁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