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민기자
"과거 항우연이 해왔던 일들은 최대한 산업체에서 했으면 좋겠다. 대신 항우연은 미래 신기술에 대한 선제적 연구나 이용 전략 기술 쪽에 주력해야 한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18일 서울 종로구 한 식장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며 이렇게 말했다. 오는 5월 말 우주항공청 개청을 계기로 항우연이 우주항공청 산하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항우연의 역할 변화가 필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이 원장은 우리나라가 미국의 아르테미스 유인 달 탐사 계획 참여를 선언한 것이 실체가 없다며 변화가 필요함을 주장하는 등 새로운 우주항공 정책에 맞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원장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최대한 우리가 할 것은 해야겠지만 산업체가 우주 신산업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이 원장은 우주태양광, 우주쓰레기 포집, 우주공장, 행성 거주 등 국가에서 관심 가질만한 사안들을 항우연이 다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 외 분야는 민간이 담당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원장은 또 "군이 단독으로 추진하는 부분이 아닌 것들은 우주항공청이 신설되면 민군 협력센터를 통해 항우연이 좀 더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면 한다"라고 희망했다.
이 원장은 미국이 주도 중인 아르테미스 유인 달 탐사 계획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도 선언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원장은 "정부가 우주개발에 일관되게 투자하고 있지만, 선언적 계획에 머물러 눈에 보이는 것 이외에 실제로 안 한 게 너무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정부가 미국과 아르테미스 참여 논의를 시작한 게 2017년부터였지만 아직도 별다른 실체가 없다고 부연했다.
그는 이런 상황은 미래 혁신을 위해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할 출연연구소들이 계획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으로 진단했다. 결국 연구개발(R&D)이 예산 제도에 갇혀 있다 보니 미국의 계획에 맞춰 추진해야 할 우리만의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가 기획을 제대로 하지 않는 점도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제도적 변화가 있어야 지금보다 좀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하며 우주항공청 개청 이후 우주항공 산업의 콘트롤 타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이 원장은 우주항공청 산하로의 이관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다음 주 출범시켜 항우연 의견을 정리해 전달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번 우주항공청 출범을 계기로 정부와 출연연이 다시 긴밀하게 협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90년대 초 우주 연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정말 정부와 출연연이 '원 팀'으로 움직였지만, 지금은 괴리가 있는 것 같다. 과거처럼 원팀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우주항공청 개청에 필요한 인력이 항우연에서 유출 돼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 오히려 우주청으로 항우연 인력이 이동해 아직 실체가 없는 리딩 기관의 구축을 도와야 한다고 했다. 이 원장은 우주항공청 출범 전까지 정부가 밝힌 300명의 인력을 모두 확보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