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송승섭기자
국내에 남성 육아휴직이 도입된 지 30년 가까이 됐지만 여전히 육아 부담은 여성에 집중돼 있다. 정부가 수십 년 전부터 육아휴직을 포함해 각종 저출산 대책을 쏟아내고 있으나 여성 노동력 확대, 맞벌이 가정 증가 등 시대 흐름을 반영하면서 사실상 제대로 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K인구전략 수립의 핵심에 '부모 모두의 육아휴직'을 둬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정부의 218개 저출산 대책을 전수 분석해 내놓은 ‘정부 정책의 저출산 고령화 관련도 분석연구’에 따르면 남성도 여성과 동일하게 육아휴직을 활용하는 문화가 모든 인구 대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정부 저출산 대책의 중요성을 가리기 위해 보건복지부의 의뢰로 이뤄졌다. 16년간 280조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썼음에도 저출산을 막지 못한 만큼 ‘어떤 정책이 가장 필요한지’ 따져보는 게 목적이다. 연구진은 사업을 관련성에 따라 상중하로 평가한 뒤 사업 내 세부 전략을 5.0점 만점으로 평가했다.
관련성이 큰 상(上) 사업에는 ‘부모 모두의 육아휴직 확산 및 사용문화 정착’이 꼽혔다. 보고서는 “부모 모두의 육아휴직 확산은 맞벌이 부모의 양육, 보육 역할 및 소득을 동시에 담보하는 정책”이라면서 “중요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육아는 여성만의 역할이 아니므로 부부 중 1인의 육아휴직이 끝나면 또 다른 배우자가 바로 이어 쓰는 형태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2022년 총 육아휴직자는 19만9976명인데 이 중 14만5736명(72.9%)이 여성이다. 남성은 5만4240명으로 전년 4만2197명에서 28.5% 증가했지만 여전히 전체 27.1%에 불과하다.
남성·여성의 육아휴직이 모두 활성화되려면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때문에 세부 과제 중에서는 ‘중소기업 지원금 확대’가 4.7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육아휴직 복귀지원(3.3점), 육아휴직 취약 사업장 집중지도(3.2점), 육아휴직 소득대체율 상향(2.9점) 등 유사한 과제들과 비교해도 점수가 높았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소득이 대체로 적고 인력 대체도 어려운 만큼 지원금 정책이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재직자와 고용주에게 절실하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대다수 직장인은 중소기업에 다니는데, 육아휴직은 정작 규모가 큰 회사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중소기업 수는 771만4000개로 전체 기업의 99.9%를 차지한다. 중소기업 근로자는 전년 대비 3.9% 늘어난 1849만3000명으로 전체 80.9%에 달한다. 반면 육아휴직자는 남성 70.1%, 여성 60.0%가 종사자 300명 이상의 기업에 몰려있다.
장인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육아휴직 사용의) 성별 차이가 있으니 남성들의 육아휴직이 많이 올라와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