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조슬기나특파원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부추겨온 노동시장 과열이 대부분의 지역에서 냉각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연방준비제도(Fed)의 진단이 나왔다.
Fed는 17일(현지시간) 공개한 경기동향 보고서 ‘베이지북’을 통해 "거의 모든 지역에서 구직 대기자 증가, 이직률 감소, 기업의 선별적 채용, 임금 상승 압력 완화 등 노동시장 냉각을 시사하는 신호가 한가지 이상 나타났다"고 밝혔다. 베이지북은 최근 12개 연방준비은행(연은) 관할 구역의 경기 흐름을 평가한 보고서로, 이달 30~3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보고서는 7개 지역에서 전반적인 고용 시장 변화가 거의 없었다고 진단했다. 4개 지역은 일자리 증가세가 보통 또는 완만한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2개 지역에서 고용시장은 여전히 타이트했다. 이러한 노동시장 과열은 Fed가 물가안정목표 2% 달성을 위해 반드시 냉각돼야 한다고 판단, 주시해온 부분이다. 이와 함께 보스턴, 리치먼드, 시카고, 댈러스 등에서 임금 상승 속도는 완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 지역의 기업들은 내년에 임금인상 압박이 한층 완화하고 임금상승률도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체 경제활동은 12개 관할 지역에서 거의 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연말 쇼핑 대목을 맞아 뉴욕을 포함한 3개 지역에서는 의료, 장난감, 스포츠용품 등을 중심으로 견조한 소비자 지출이 확인됐다. 계절적 수요에 따른 항공 화물도 증가했다. 다만 미전역에서 제조업 활동은 감소했다. 보고서는 "고금리가 자동차 판매, 부동산 거래를 방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가운데 올해 Fed가 본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은 낙관론에 힘을 실었다. 기업들의 전망도 좀 더 낙관적으로 변했다. 보고서는 "전반적으로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미래 성장에 대한 기업의 기대가 긍정적이거나 개선됐거나 두 가지 모두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이밖에 경제 불확실성의 요인으로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우려, 전반적인 수요 약화, 미국 대선 등이 꼽혔다.
이날 베이지북은 최근 Fed를 둘러싼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다소 후퇴한 가운데 공개돼 더욱 눈길을 끈다. 이날 오전 공개된 12월 소매판매는 예상을 웃돌면서 Fed가 높은 수준의 금리를 당분간 유지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을 실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6% 증가했다. 이는 월가 전망치(0.4%)를 웃도는 수준이다. 소매판매 지표는 미 실물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버팀목이자 종합적인 경제 건전성을 평가하는 척도로 꼽힌다.
전날 Fed 내 대표적 매파로 꼽히는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도 브루킹스연구소 행사에서 "이번 사이클에서는 빨리 금리를 내릴 이유가 없다"고 시장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상태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CNBC에 출연해 "시장이 너무 앞서 나가고 있다"고 경계감을 표했다. 모건스탠리의 크리스 라킨 전무이사는 "Fed는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계속 강조해왔다"면서 "소매판매가 예상보다 강했던 만큼,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정책 기조를 바꿀 필요가 없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