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제품이 한국 쇼핑몰 반값'…테무·알리 '초저가' 뜯어보니[조선물가실록]

③'극강의 가성비' 찾는 사람들
초저가 실용템 인기에 두각 드러낸 中 직구 앱
1~2주 배송 불편함도 감내…가성비 꿀템 찾기

테무(Temu), 알리익스프레스(Ali Express) 등 중국 직접구매(직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가성비 좋은 '꿀템' 찾는 재미에 빠져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초저가를 전면에 내세운 중국 기업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국내 온라인 쇼핑몰과 같거나 비슷한 제품인데 가격이 저렴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지갑이 얇아진 국내 소비층 흡수 속도가 빠르다.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테무(왼쪽)에서 자동차 뒷좌석 에어매트는 2만1000원대, 쿠팡(오른쪽) 3만6000원이다. 사진출처=쿠팡, 테무 캡처

같은 제품인데 1만원 이상 차이

19일 '특가대방출' 첫 화면으로 가격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운 쿠팡에서 판매 중인 차박용 자동차 뒷좌석 에어매트는 3만6000원. 무료배송이 포함된 금액이다. 그런데 같은 제품 사진을 내건 중국 직구 앱 테무 등에서는 2만원 초반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이 역시 배송은 무료다.

반려동물 용품도 국내보다 중국 앱 상품이 저렴해 소비자들이 많이 사는 품목이다. 동굴 모양의 고양이 침대는 국내 쇼핑몰에서 2만원 중반대 가격을 형성하고 있지만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을 이용하면 8000원대에 구매가 가능하다. 경사형 반려동물 밥그릇 역시 해외 직구 앱에서는 1000원대, 국내 쇼핑몰에서는 1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국내에서 비교적 저가상품으로 분류되는 생활필수 소모품들도 상황은 마찬가지. 눈썹숱 가위의 경우 다이소는 1000~2000원, 올리브영은 4000원대지만 테무, 알리익스프레스에서는 500원이 채 안되는 가격에 구매 가능하다. 쿠션 퍼프, 머리끈, 핸드폰 충전 케이블 등 중국산 제품들이 많은 제품군 역시 중국 직구앱이 훨씬 저렴하다.

초기 '가품 논란' 때문에 중국 직구 앱 사용을 꺼렸던 사용자들은 판매제품의 가격을 크게 낮춘 세일 시즌에 단발성으로 이용했다가 가격 효과 때문에 충성 고객으로 바뀐 사례가 많다. 20대 유지은씨는 "지난해 11월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처음 직구 앱을 써봤다"며 "처음에는 생각했던 제품과 실물이 달라 실망도 했었는데, 몇차례 구매를 통해 상품을 가려 사는 방법을 익히게 되니 이제는 필요한 게 생기면 직구 앱부터 켜게 되더라" 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제품의 질을 완전히 믿기 어려워 프라이팬이나 전자제품 같은 건 사지 않지만 무료배송 제품들이 많아 소모품 같은 건 쉽게 산다"고 덧붙였다.

사진제공=연합뉴스

韓 짠테크 열풍에 몸집 키우는 중국 앱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는 한정된 예산 안에서 발품을 팔아 가성비를 갖춘 제품을 찾는 소비행태를 '프리미엄 짠테크'로 정의, 2024 글로벌 소비자 트렌드로 꼽았다. 유로모니터는 "소비자들은 가격표를 넘어서는 최고의 거래를 추구한다"며 "구매하는 제품의 품질을 낮추지 않으면서 예산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물가 환경에서 짠테크 소비가 확산하면서 중국계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가장 크게 성장한 앱이 됐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 사용자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앱은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알리익스프레스다. 월평균 371만명 늘었다.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핀둬둬 자회사인 테무 역시 지난해 7월 한국 시장에 상륙한 뒤 두 달 만에 100만명에 달하는 이용자를 모았고 현재 월평균 사용자 수는 350만명 이상으로 증가폭 2위에 올라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의 다운로드 1위는 모두 테무가 차지한 상태로, 누적 다운로드 수는 1억회를 넘겼다.

韓 다이소는 헬스뷰티 시장서 두각…가성비 높고 접근성↑

중국 직구 앱 사용에 거부감이 있고 구매 후 배송까지 1~2주 가량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을 감내하기 어려운 소비자들은 가격이 저렴한 제품들이 많고 편의성·접근성에 경쟁력을 갖춘 다이소를 찾고 있다. 다이소 매장 수는 2010년 전국 500여개에서 올해까지 1500여개로 급증했다. 다이소는 500원부터 1000원, 1500원, 2000원, 3000원, 5000원 총 6개의 균일가에 제품력을 갖춘 생활용품 판매점이다.

특히 지난해 다이소는 화장품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뷰티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국내 H&B(헬스앤뷰티)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올리브영의 대항마가 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올 정도로 강세를 보였다.

가성비 제품을 꾸준히 출시하는 것은 인기 요인이다. 지난 겨울에는 방한화, 패딩 조끼, 플리스 의류를 출시하며 '유니클로 대체재'으로 시선을 끌었다. 다이소의 매출액은 2020년 2조4215억원, 2021년 2조6048억원, 2022년 2조9457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성장세를 고려할 때 2023년 매출은 3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불황형 소비, 당분간 계속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초저가 상품에 대한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의 변화는 소득 수준에 후행하는 패턴을 보이는데 경기침체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소비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기가 어렵다, 가처분 소득이 줄어든다는 이야기는 이미 한참 전에 나왔는데 지금에서야 불황형 소비들이 뜨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잠시 소득이 줄었다고 해서 소비를 줄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이자율 변동, 물가에 대한 부담이 내려가지 않으니 연속적으로 소득이 줄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견딜 수 없다고 생각해 소비를 줄이려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테무 등 중국 직구 앱에서 파는 제품은 가격이 낮아 소비자들이 손쉽게 구매를 생각할 수 있다"며 "또 소비자들은 소비를 선택할 때 기능을 위주로 생각하는데, 기능에 대한 부분들은 가격이 결정 변수로 크게 작용한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1원이라도 더 싼 곳을 찾으려는 심리도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슈1팀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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