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적자 나더라도 더 드려야죠'…'바가지논란' 광장시장, 두 달 후

'바가지 논란' 광장시장, 관광객 수 ↓
추가 지출에 노점 상인들은 '울상'
노점상 카드 결제는 여전히 불가

"따뜻한 전 드시고 가세요. 앉아서 어묵 국물도 마음껏 드시고요."

평일 점심시간, 서울 종로구 예지동에 위치한 광장시장은 골목마다 사람이 꽉 차 있어 지나다니기도 힘들었던 옛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진 채 한적한 분위기였다. 광장시장을 찾은 사람 10명 중 9명은 외국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국 사람은 '바가지 논란' 이후 광장시장 발걸음을 주저하는 모양새였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의 모습. 사람이 북적거렸던 과거와는 다르게 한산한 분위기다. [사진=아시아경제 고기정 기자]

앞서 광장시장은 지난해 11월 16일, 한 유명 유튜버가 전집에서 바가지를 당했다는 영상이 퍼져 사회적 뭇매를 맞았다. 유튜버와 동행한 지인은 "이게 1만 5000원? 너무 비싸다"라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해당 영상을 보면, 외국인과 광장시장을 찾은 유튜버가 시킨 모둠전 구성은 ▲소시지(1개) ▲산적꼬치(1개) ▲애호박(1개) ▲깻잎(1개) ▲고기완자(1개) ▲두부(1개) ▲맛살(1개) ▲생선 살(2개)로 10개가 채 되지 않았다. 또한 손님의 카드 결제를 거부하고 무조건 현금만을 강요하는 등, 불친절한 상인의 태도도 논란이 됐다.

부정적인 인식은 네이버 키워드 검색량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15일 33%에 그쳤던 검색량은 16일 논란이 터진 직후 100%까지 치솟았다. '광장시장 바가지요금', '모둠전' 등의 검색어도 전날 대비 검색량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서울시와 종로구청, 광장시장 상인회는 광장시장 바가지 논란 재발 방지책의 일환으로 ▲먹거리 모형 배치 ▲음식 메뉴판 가격 옆 중량, 수량 표기(정량 표시제) ▲미스터리 쇼퍼(위장 손님) 방문 ▲주기적 모니터링 제도 도입 ▲월 2회 서비스 교육 등을 진행하며 자정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정량표시제' 시행 노점은 찾기 힘들어…메뉴판은 대부분 통일

광장시장 내 노점상 메뉴판들이 논란 이후 빨간색으로 통일되어 있다. [사진=고기정 기자]

그렇다면 '바가지 논란' 이후 두 달이 지난 시점, 광장시장은 정말로 변화했을까. 모둠전 집 주인 A씨(63)는 "논란 이후, 시장 이미지를 위해 적자가 나는 한이 있더라도 양을 더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라며 "이번 사태 이후 메뉴판을 통일해서 다는 등, 상인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광장시장 내 점포 메뉴판은 대부분 빨간색 메뉴판으로 변경된 상태였다. 빨간색 메뉴판은 가격 또한 점포마다 부르는 게 값이었던 예전과는 다르게 가격을 확실하게 명시해 두어 소비자는 그저 어느 가게에 들어가 주문할 것인지를 고르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정량 표시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한 것과는 달리, 정량을 명확하게 표시해 놓은 점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A씨는 "메뉴판을 제작하는 것도 사비로 진행했다. 약 10만원을 메뉴판 제작에 투자했다"라며 "음식 모형을 제작하는 것도 사비로 진행해야 하는데, 50~70만원 선이라 고민이 많이 된다"고 호소했다. 정량 표시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가격표 제작 ▲음식 모형 제작 등 생각하지도 못했던 지출이 오롯이 상인의 몫이 된다는 소리다.

A씨는 "(바가지) 논란 이후 가게 매출이 3분의 1 가까이 떨어졌다"며 "상인들도 많은 반성을 하고 있다. 이 주에 한 번 상인들끼리 꼼꼼하게 위생 점검을 하고 있고, 손님에게 바가지를 씌우려는 식당은 상인회 측에서 경고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왼쪽) 유명 유튜버가 주문한 15000원 어치 모둠전과 (오른쪽) '바가지 논란' 두 달 후, 동일 가게에서 주문한 15000원 어치 모둠전. 양이 푸짐하게 늘어난 것이 보인다. [사진=고기정 기자]

문제가 된 전집은 사건 이후 대대적인 메뉴 개편에 나섰다고 밝혔다. 해당 전집을 찾은 취재진을 반갑게 맞이한 전집 상인은 "음식이 나올때까지 어묵국물을 먹고 있으라"며 새로운 기름에 전을 데워주는 배려를 보였다. 메뉴 구성을 보면 ▲산적꼬치(3개) ▲고기완자(2개) ▲애호박(2개) ▲햄(3개) ▲생선 살(3개)로 총 13개 구성이었고, 가격은 1만5000원으로 그전과 같았다. 다만 '바가지 논란'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별다른 답변을 하지는 않았다.

카드결제는 여전히 어려워…"어쩔 수 없이 현금 받는다"

바가지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던 떡볶이집의 근황. 가격은 만 원으로 같았지만 구성이 한 층 풍성해진 모습이었다. [사진=고기정 기자]

또 다른 바가지 논란에 휩싸인 떡볶이 또한 논란 이전보다 양이 많아진 모습이었다. 기존 순대 10조각에 떡볶이 떡 6개가 1만원이었던 것에 비해, 현재는 순대(내장 포함) 13알, 떡볶이 떡 7개에 총액 만 원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다만 노점 상인들은 하나같이 카드 결제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점상을 운영 중인 상인 B씨는 "노점 임대료가 300~400만 원이다. 논란이 된 상인도 임대료 생각 때문에 실수했을 것"이라며 "카드 단말기를 발급받기 위해 세무서도 방문했고, 조리 자격증까지 땄다. 그런데 노점은 단말기 발급이 어렵다고 하더라. 카드를 받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현금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카드 가맹 조건이 사업자등록증이 있는 사람들만 발행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업자등록을 하기 힘든 길거리 음식점이나 노점상은 카드 결제가 사실상 불가하다.

그렇다면 노점상이 아닌 가게는 카드 결제가 가능할까. 광장시장에서 오랫동안 전집을 운영해 왔다는 상인 C씨는 카드 결제를 요구하자 별말 없이 결제를 진행해주었다.

광장시장 내 가게에서 주문한 모둠전 2만원어치. [사진=고기정 기자]

가게에서 주문한 모둠전은 더욱 푸짐했다. ▲새우(2개) ▲부추(4개) ▲고기완자(4개) ▲생선 살(4개) ▲떡갈비(1개) ▲산적꼬치(3개) ▲깻잎(4개) ▲고추(2개)로 총 24개 구성이었고 가격은 2만원이었다. C씨 또한 "논란 이후 외국인 손님도 많이 줄었다"며 "코로나19 때도 이 정도로 매출이 줄지는 않았는데 참 속상하다"고 착잡한 심정을 밝혔다.

먹다 남은 음식을 포장하는 것도 자유로웠다. 음식 재사용, 포장 거부 등 여러 부정적인 소문에 시달린 광장시장이지만, 논란 이후 포장을 요구하는 손님들에게 어묵 국물을 서비스로 넣어주는 등 친절한 응대를 보였다.

이날 광장시장을 찾은 D씨는 "항상 사람이 바글거렸던 광장시장인데 한산한 것을 보니 적응이 되지 않는다"며 "호객행위도 많이 줄어든 것 같다. 앞으로도 자주 방문할 것"이라고 방문 소감을 전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상인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상인은 "가격 정량제가 시행되면 노점마다의 특성이 사라질 것"이라며 "단순히 정량을 표시하는 것이 아닌, 각 가게에 지원금을 주어 특성을 살리는 것이 외국인 손님 유치와 시장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슈2팀 고기정 인턴 rhrlwjd0312@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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