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선희기자
천대엽 신임 법원행정처장은 15일 "법관 및 직원들의 잦은 사무분담 변경은 사법부의 전문성 약화, 직접심리주의의 왜곡과 재판 지연을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천 처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개최된 취임식에서 "사실심의 최종 심판자이자 법관인사 이원화의 근간인 고등법원 판사들이 건강과 육아 등 여러 원인으로 대거 사직을 반복하는 현상은 사실심의 안정적 운영까지 어렵게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매년 2월 실시되는 전국 법원 정기인사를 앞두고 고법 판사들의 줄사표가 이어지는 데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그는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연속성 있는 재판을 위해 한 법원에서는 가급적 한 재판부에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인사 및 사무분담 원칙이 정립돼야 한다"며 "법관인사 이원화가 사실상 완성된 고등법원 중심으로 기수 제한 등 다수 지방법원 법관의 진입장벽을 없애는 한편, 불필요한 전보 등 인사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마련함으로써 이원화의 토대 위에 사실심 전체의 유기적인 운영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바람직한 재판을 위한 인적 기반 마련에 필수적인 법관 증원 및 젊고 유능한 법관 충원, 오랜 경륜과 경험을 갖춘 법관의 적극적 활용을 위한 제도의 도입, 재판연구원 증원 및 법원 공무원의 역할 확대도 필요하다"며 "비선호 보직에서 묵묵히 헌신하는 법관 및 직원에게는 합당한 처우가 이뤄지도록 법원장, 수석부장판사 등과 함께 세심한 관심과 배려를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천 처장은 사법부의 최대 당면 과제로 '재판지면 해소'를 꼽으면서 "분쟁 해결의 적기를 놓쳐 처리 기간이 장기화되는 등 최종적 분쟁 해결기관인 사법부의 역량에 대한 여러 의구심이 제기되는 현실이 뼈아프게 느껴진다"며 "신속·공정한 재판을 통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은 사법부의 소명"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재판과 민원 업무의 인공지능 활용 ▲대국민 사법 서비스 편의성 획기적 개선 ▲차세대 사법 전산시스템 고도화 등을 주요 과제로 언급했다.
천 처장은 특히 "재판 지연의 해소와 대국민 사법 서비스의 획기적 개선을 위해서는 입법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라며 "삼권분립의 한 축을 담당하는 사법부 예산이 국가 전체 예산의 0.5%에도 미치지 못하고 그 비율마저 감소하고 있는 현실은, 단순히 사법부 역할 수행의 어려움을 넘어 우리의 국제적 위상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11일 강상욱 서울고등법원 판사가 숨진 것과 관련해 천 처장은 "평소 철두철미한 업무처리로 정평이 난 판사님 한 분이 과로 속에 급작스럽게 유명을 달리하는 비보를 접했고, 연이어 오랜 투병 생활 중에도 업무를 놓지 않았던 행정관 한 분이 숙환으로 유명을 달리하는 비보도 접했다"며 "숙연한 마음으로 두 분의 명복을 빌고 깊은 애도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