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기자
미국 전기작가 월터 아이작슨이 지난해 펴낸 일론 머스크 전기를 보면 지상 통신망이 끊긴 우크라이나가 머스크에게 스타링크 서비스를 긴급 요청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상황에서 스타링크는 우크라이나 전황을 바꾸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또 다른 전쟁 지역인 가자지구에도 통신을 공급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하는 등 글로벌 통신 주도권을 쥐고 정치적 영향력을 펼치려 하고 있다. 위성통신이 세계사를 바꿀 정도의 위력을 가진 셈이다. 스타링크는 전 세계 50여개국에 이미 서비스를 제공하며 저궤도 위성통신 시대를 이끌고 있다.
유럽의 저궤도 위성통신 업체 ‘유텔셋 원웹’도 600여개의 통신 위성을 띄우며 스타링크를 바짝 뒤쫓고 있다. 유텔셋 원웹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파트너사로 참여하는 등 사업 진출 범위를 넓히고 있다.
국내 도입이 늦어질 경우 우리나라가 글로벌 위성통신 시장 수요에 따라가지 못하는 ‘디지털 갈라파고스’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쓰이는 차량 공유 앱 ‘우버’나 지도 서비스인 ‘구글맵’ 등을 국내에선 사용할 수 없는데, 위성통신마저 전 세계 흐름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와 달리 일본은 이미 2022년 10월 스타링크 서비스를 도입했다. 저궤도 위성을 활용해 5G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전략적 판단이었다. 일본은 2030년까지 고도화된 통신 기술로 초스마트사회를 만들기 위한 ‘비욘드 5G’ 정책을 추진 중이다. 지리적 제약 없이 어디에서든 초고속·저전력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이동통신 서비스를 구축하려는 구상이다.
최근 들어 글로벌 우주 산업 흐름은 중요해졌다. ‘정부’에서 ‘민간’ 주도로 전환되면서 성장에 가속도가 붙었다. 통신 장비가 소형화되면서 위성의 크기가 작아졌고, 로켓을 발사한 후 수직 착륙시키는 재사용 기술도 개발되면서 위성 발사 비용이 절감됐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전 세계 우주산업은 2040년 1조달러(약 1314조원) 규모로 성장하고, 그중 위성통신이 5405억달러로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위성 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이 접목된 다양한 민간 서비스와 기후 변화 등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할 솔루션이 개발되면 부가가치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우주 개발 예산에서도 주요국들과 큰 차이를 보인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주요국들의 우주 개발 예산 현황을 보면 2021년 미국의 우주 개발 정부 예산은 486억달러로 GDP 대비 0.21%를 차지하며 가장 많은 투자를 했다. 한국은 6억달러, GDP 대비 0.04%에 그쳤다. 올해 정부 예산에서도 인공위성 개발 사업 부문은 지난해 대비 8.4% 감액된 2111억원으로 편성됐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이수광 연구원은 "저궤도 위성통신은 위성 여러 기를 발사해 지구 전 지역을 커버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일본에서 저궤도 위성은 민간 대상 통신서비스뿐만 아니라 방위성, 해상보안청 등 정부 기관에서도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