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형기자
10일 서울시가 첫 시범 운행한 '좌석 없는 지하철'을 두고 시민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출근길 열차 내 과밀 현상을 막을 좋은 아이디어라는 기대감이 나오는 반면 불편만 가중될 거라는 우려도 크다. 좌석 없는 지하철은 이날 서울 4호선 열차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혼잡도가 가장 심한 출퇴근 시간대에 전동차 1량의 좌석을 제거한 채 운행하는 방식이다.
서울교통공사 자료를 보면 4호선 열차 1량의 최고 혼잡도는 193.4%(2023년 3분기 기준)에 이른다. 지하철 1~8호선 중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교통공사는 객실 내 의자를 제거해 여유 공간을 넓혀 혼잡도를 일부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실제 '좌석 없는 지하철' 칸에 탑승한 시민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일부 시민은 여유 공간 확보를 위해 좌석을 없애겠다는 아이디어 자체에 부정적인 목소리를 냈다. 한 시민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다 같이 불편하게 가자는 거 아닌가. 1시간 넘게 지하철 타고 통근하는 사람들은 피곤해서 어떡하나"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혼잡도가 줄어든 걸 체감하지 못하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다른 칸과 똑같이 사람들한테 밀쳐지고 난리도 아니었다" "솔직히 좌석 칸 한 줄 사라진다고 얼마나 쾌적해지는 건지 모르겠다. 오히려 사람들이 더 몰려들어서 불편해지지 않을지 걱정된다" 등 반응이 나왔다.
반면 이번 시범 운행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한 시민은 "몰리는 구간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사람들이 조금만 빠져나가도 여유 공간이 생기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며 "나처럼 장거리 통근하는 사람한테는 나쁘지 않은 듯"이라고 했다. "출퇴근 시간에 4호선 타본 사람들은 안다. 사람이 똑바로 서 있을 수가 없다. 그것만 완화될 수 있어도 만족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시범 운행이 종료되는 구체적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교통공사는 좌석 없는 지하철 운행으로 최고 혼잡도를 40%까지 개선하고, 칸당 12.6㎡의 추가 탑승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좌석 없는 지하철 칸이 실제 혼잡도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게 검증되면 다른 지하철 호선으로 확대 시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