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실적개선 시기 놓고 증권가 시각차

15년 만에 영업이익 10조 붕괴
2분기 실적 개선 본격화 중론
반도체 업황과 금리인하 변수

새해 첫 거래일 8만원을 넘보던 삼성전자 주가가 실적 쇼크 이후 급락했다. 반도체 업황 회복 기조 아래 구조적인 실적 개선이 진행 중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본격적인 실적 개선 시기를 두고 미묘한 시각 차이를 보인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1.47%(1100원) 하락한 7만3600원에 마쳤다. 실적 발표(9일) 전날부터 3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했다. 새해 첫 종가(7만9600원)와 비교하면 8.1% 떨어졌다.

전일 실적 발표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으로 풀이된다. 연결 기준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35% 줄어든 2조8000억원, 매출은 5% 빠진 67조원으로 집계됐다. 디지털경험(DX) 부문이 전분기보다 감액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4분기는 스마트폰 출하가 감소한다. 여기에 TV와 가전 수요 회복 지연, 경쟁 심화 등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메모리 반도체 시황 회복으로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적자는 축소됐을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작년 한 해 영업이익은 6조5400억원으로 전년보다 84.92% 감소했다. 매출도 258조1600억원으로 14.58% 줄었다.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밑돈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6조319억원) 이후 15년 만이다. 이는 증권가의 영업이익 추정치를 크게 하회한 수치다.

삼성전자 수급에 영향을 미친 주체는 외국인이다. 개인은 새해 첫 거래일을 제외하고 내내 '사자'세를 보이며 7187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대로 기관은 새해 첫 거래일을 제외하고 내내 '팔자'세를 보이며 8024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5일(-435억원) 소폭 '팔자'세를 보인 뒤 실적 발표 이후 2거래일간 199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오는 31일 실적 관련 컨퍼런스콜이 예정된 가운데 실적 개선 시기를 두고 의견이 다소 갈린다. 상반기부터 실적 개선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본격적인 실적 개선 시기는 2분기로 예상한다"며 "주로 메모리 감산 축소에 따른 원가 효율화(가동률 회복에 따른 고정비 분배 효과)에 기반해 4분기까지 구조적인 실적 회복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도 "4분기 실적 쇼크는 비메모리와 생활가전의 부진 때문이다"라며 "메모리 부문의 업황과 실적 턴어라운드가 진행 중이므로 오히려 메모리 업황 반등과 HBM 경쟁력 확대에 대한 기대감 등이 단기 주가의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도 "1분기는 전통적인 비수기 영향으로 단기 출하 부진 가능성 있지만, 재고 레벨이 유의미하게 낮아진 만큼 2분기부터 메모리의 가파른 회복 속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반도체 업황 회복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져 실적 개선이 뒤늦게 이뤄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특히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오히려 반도체 업황이 3분기부터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예상치를 기존 28조2000억원에서 27조원으로 소폭 하향 조정했다"고 진단했다. 다만 목표주가는 상향 조정했다. 그는 "'상향' 의미는 반도체 업황에 대한 견해가 올라간 것이 아니며, 목표주가 산정을 위한 주당가치(BPS) 적용 기준을 FY23에서 FY24로 변경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통화정책 역시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을 늦추는 변수로 꼽힌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에 미국이 금리인하 사이클에 진입하면 연말에 본격적인 회복세가 예상된다"며 "삼성전자 주가 7만원 부근에서 다시 저가 매수 기회를 노려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증권자본시장부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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