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현기자
#.30대 직장인 김지수 씨(가명)는 '사이버 농부'다. 스마트폰 앱으로 농사를 짓고, 실제 작물을 배송받는 앱테크에 흠뻑 빠졌다. 앱에서 가상으로 키우는 방울토마토를 수확하면 집으로 신선한 진짜 방울토마토가 온다. 자연스레 앱에서 키우는 작물은 장을 볼 때 사지 않게 됐다. 직장 동료들과 각자 키우고 있는 아보카도, 양파, 고구마의 성장을 공유하기도 한다.
이커머스 업계에서 사이버 농사가 인기다. 각 기업은 게임 요소를 서비스에 도입해 앱에서 작물을 키우면 실제 보상이 이뤄지는 방식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다. 상품을 결제한 뒤 앱을 떠나게 두는 것이 아니라, 참여를 유도해 체류 시간을 늘리고 충성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신규 고객 집객 효과도 노리고 있다.
오늘의집은 지난해 8월 말 '오늘의가든' 서비스를 시작한 후 누적 방문 사용자는 250만 명, 현재 꾸준히 작물을 키우고 있는 사용자는 10만 명 이상을 기록했다고 9일 밝혔다. 오늘의가든은 가상의 정원에서 식물을 키우는 서비스다. 방울토마토, 홍콩야자, 몬스테라 등을 키울 수 있다. 꽃을 가꿀 수도 있다. 일정 수준 이상 키우면 수확물을 집으로 보내준다. 오늘의집은 커뮤니티 채널도 만들어 사용자들이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오늘의가든을 기획한 박태용 프로젝트매니저는 "단순한 소비재를 선물해 경제적 혜택을 주는 형태를 넘어, 고객이 일상에서 함께하고 정성과 애정을 쏟으면서 정서적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작물을 보상의 형태로 제공하고자 했다"며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 안에서 이 경험이 소중하고 의미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컬리도 '마이컬리팜'을 지난해 8월 선보였다. 가상의 테라스에서 자신만의 텃밭을 가꾸는 서비스다. 토마토, 양파, 아보카도, 오이 등 원하는 작물을 키워 보상을 획득할 수 있다. 특히 각기 다른 작물을 동시에 최대 4개까지 키울 수 있어 여러 종류의 작물을 함께 수확할 수 있다. 작물별 목표 수확량 달성 시 컬리에서 판매 중인 해당 작물을 0원에 구매할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한다. 수확한 가상 채소를 포인트로 교환해 다른 제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 컬리는 마이컬리팜 서비스를 시작한 후 약 20만 명이 참여했으며 일평균 방문 횟수가 3배가량 늘어나 고객들의 체류 시간과 재방문율을 상승시키는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11번가는 11월부터 '11클로버'를 서비스하고 있다. 11번가 앱에서 사용자가 활동을 통해 얻은 '물'로 클로버를 키우는 방식이다. 11개의 클로버 잎을 모으면 고객이 직접 선택한 선물을 받을 수 있다. 11클로버는 서비스 개시 15일 만에 누적 접속 횟수가 1200만회를 넘고 두 달간 50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이버 농사 등 보상형 앱테크의 인기는 경기침체 속 고물가 현상이 지속되면서 현실에 보탬이 되는 보상을 얻고자 하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며 "이커머스 기업 입장에서도 고객 확보 및 유지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가 계속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