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해영기자
올해가 역사상 가장 더웠던 1년이 될 가능성이 확실시 되면서 인류의 기후위기 대처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임스 핸슨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2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와 내년은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각국 정부의 무능함이 드러나게 된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각국 정부가 지구 온난화를 막는 데 실패했을 뿐 아니라 온난화 속도가 오히려 가속화했다"고 말했다.
핸슨 교수는 1980년대 기후 위기를 최초로 공개 경고한 학자다.
최근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은 지난 174년 중 올해가 가장 더운 해가 될 확률이 99%가 넘는다고 밝혔다. 미국 기후분석단체 버클리 어스도 올해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높았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발표했다.
요한 록스트롬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교수는 "올해는 폭염, 가뭄, 홍수, 화재, 해수온 이상의 강도가 충격적"이라며 "지구가 지난 250년간 인류의 압력에 대해 극단적인 청구서를 보내는 등 대응방식을 바꾸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극지 해빙 분포도 올해 여름과 겨울 연이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남극 북단 킹조지섬의 칠레 연구팀은 강설기인 지난 7월 전례 없는 강우 현상을 목격했다. 지난 1월에는 남극 웨들해의 브런트 빙붕에서 영국 런던 정도 크기의 빙산이 바다로 떨어져 나왔다.
세계 각국에서 재난재해가 발생하면서 기후 위기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리비아에서는 열대성 폭풍이 동반한 폭우로 대홍수가 발생해 4000여명이 사망하고 1만명이 실종됐다. 하와이 마우이섬에서는 뜨거운 대기가 촉발한 산불로 97명이 사망하고 섬 전체가 잿더미로 변했다.
가디언은 수년 후에는 올해의 이상 고온과 재난이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제시했다. 올해가 오히려 가장 기온이 낮고 재난이 적었던 해로 기록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러나 지난 13일 폐막한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는 "화석연료에서 멀어지는 전환"이라는 모호한 합의를 도출하는 데 그쳤다.
핸슨 교수는 "젊은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책임져야 한다. 오늘날 격동적인 정치 상황이 그런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리더십 교체만이 해법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