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후 홍해 통한 석유 수송량 140% 급증

예맨 후티 반군의 공격 잇따라
홍해 위기, 유럽·아시아 석유공급 위기
美, 동맹국들과 안보계획 수립

러시아가 지난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홍해를 통한 석유 수송량이 1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멘 후티 반군이 유조선과 화물선을 노린 공격하는 사례가 늘면서 홍해의 위기가 유럽·아시아의 석유 공급 위기가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이 분석한 유조선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6개월간 홍해를 지나는 석유 수송량은 일일 380만 배럴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이전인 지난해 1~2월에 비해 1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과 맞물려 이런 추세가 더욱 확산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해당 기간 러시아가 서부 항구에서 홍해를 거쳐 아시아 시장으로 수송하는 석유는 일일 12만 배럴에서 약 14배인 170만 배럴로 증가했다. 중동에서 홍해를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석유는 일일 87만 배럴에서 130만 배럴로 늘어났다.

물류업체 케이플러 자료에 따르면 같은 기간 홍해와 지중해를 잇는 수에즈 운하를 거치는 석유 수송량은 일일 170만 배럴에서 350만 배럴로 증가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산 에너지 무역을 제재하면서 발생한 물류 변동의 결과로 해석된다.

유럽연합(EU)과 주요 7개국(G7)은 지난해 12월5일 러시아산 원유 가격을 배럴당 60달러 이하로 제한하는 가격 상한제를 시행한 데 이어, 지난 2월부터 러시아산 정제 유류 제품까지 가격 상한제를 확대한 바 있다. EU는 특히 자체적으로 해상을 통한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금지했다.

이에 따라 중동은 유럽으로 수출 물량을 늘렸고, 러시아도 기존 유럽 판매에서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국가로 판로를 모색하며 러시아의 석유 수출도 늘었다.

예멘 후티 반군은 지난 12일(현지시간) 홍해 입구인 바브 알만데브 해협을 지나던 스트린다호를 미사일로 공격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홍해의 위기가 석유를 수입하는 유럽과 아시아 모두에 이전보다 더욱 큰 위기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후티 반군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 만큼 우크라이나 공격과 관련해 이란의 지원을 받는 러시아를 공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우발적인 공격에 러시아가 당할 여지는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러시아산 석유 운반 유조선은 서방의 제재 회피 목적으로 소유주와 보험사를 불분명하게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유조선 공격 시 해상 오염 사고·선박 및 화물 피해는 무보험 상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미국의 경우 홍해를 항해하는 민간 선박 보호를 위해 동맹국들과 다국적 안보 계획인 '번영 수호자 작전(Operation Prosperity Guardian)'의 설립을 발표했다.

정치부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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