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기자
친윤(親尹)계 핵심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까지 사퇴하자 야권도 '혁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비명(非明) 혁신계 '원칙과 상식(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며 "통합 비대위로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의 요구에 당 내 친명(親明) 인사들은 즉각 십자포화를 쏟아냈지만,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원칙과 상식은 14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부터 지도부 그리고 586 중진들 각자 기득권을 내려놓는 선당후사를 결단해야 한다"며 "당대표만이 이 물길을 열 수 있다. 당대표가 선당후사하는 통합 비대위로 가야 한다"며 이 대표에게 결단을 요구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들이 이 대표에게 사퇴 및 통합 비대위 전환을 요구한 것은 전날 김 대표가 장고 끝 사퇴 카드를 꺼내들며 이날 국민의힘이 비대위 전환을 결정하고 정치적 혁신에서 앞서 나가면서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를 두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시쳇말로 선빵(선제공격)은 뺏겼다"며 "국민들께서 그에 상응하는 인정을 해 주시려면 더 세게 해야 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들은 "그동안 민주당은 방탄정당, 돈봉투 정당, 내로남불 정당, 팬덤 정당, 586 기득권 정당, 친명비명 갈등정당 등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며 "선거를 앞두고 앞으로 달라지겠다, 바뀌겠다는 몸부림이 없다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께 간곡하게 호소한다. 총선 승리와 윤석열 정권에 대한 압도적 심판을 위해서 한발만 물러서 주시기 바란다. 그래야 민주당이 방탄 정당, 팬덤 정당, 패권 정당의 굴레에서 벗어난다"며 "1월부터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하는데 이 엄중한 시기에 당대표가 주3회 재판 받고, 재판 결과에 따라 유죄 판결이 선고될지도 모르는 위험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국민과 당원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고 했다.
비명계 인사들의 이같은 요구에 친명계는 곧바로 비판에 나섰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서 "검찰의 힘을 빌려 당대표를 사지로 몰아넣으려다 실패했으면 반성과 성찰이 먼저다"라며 "탈당-신당합류 빌드업이 아니라면 자중하라. 이 대표 직인없는 공천장은 없다"고 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도 "다수의 국민은 김 대표가 대통령에 의해 쫓겨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비대위 구성이 혁신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본질을 한참 벗어난 것"이라며 "대통령실에 의한 여당 장악과 측근공천을 위한 정치공작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도 "당원 78% 선택으로 당선된 이재명 대표를 인정한 적이 있나, 인정한 적도 없으면서 사퇴를 주장한다"며 "70여명의 검사들을 앞세워 370여회의 압수수색해도 증거하나 제시하지 못하는 걸 뻔히 보면서도, 정적 제거를 위해 수사권력을 사유화시키고 있는 윤석열 정권을 보면서도 그 부당함에 맞서 싸울 용기 하나가 없나"고 했다.
YTN '뉴스앤이슈'에 출연한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개인적으로는 중진 의원 불출마가 혁신이라는 점에는 동의하지 않는데 현실적으로 지난 선거에서 그게 해당 당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던 건 사실"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에서도 당연히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