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연기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년 1월 신당 창당을 공식화한 가운데 당내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비명계 의원들조차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발표에 "당혹스럽다"는 표정이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국민들께 희망을 드릴 수 있는 책임 있는 정치 그리고 유능한 국가를 만들겠다"면서 거대 양당 구조의 폐해를 '이낙연 신당'이라는 대안 정당을 통해 극복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14일 오전 KBS라디오에 나와 "내년 1월 초 국민들께 '(신당 창당을) 이렇게 하고자 합니다'하는 보고를 드리게 될 것"이라면서 신당 창당 의지를 재차 밝혔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는 동시에 민주당에도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신당을 만들 수밖에 없는 당위성에 초점을 맞춰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지금의 정치적 절망, 정치 암흑기에는 민주당 책임도 상당 부분 있다"면서 "(이낙연 신당이 대안이 되려면) 국가 비전을 제시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팬데믹 위기, 디지털 전환, 기후위기, 에너지 전환, 인구 위기 등 5대 위기에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 세력이 나와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저도 작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관건은 신당 창당에 함께 할 인물들을 모으는 일이다. 앞서 '제3지대' 신당을 창당한 양향자 의원 및 창당을 앞둔 금태섭 전 의원과의 연대를 묻는 질문에 "두 분은 만난 적이 있다. 뜻을 모을 수도 있겠다하는 여지를 발견했다"면서 연대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재명 대표와의 회동, 이른바 '명낙회동'과 관련해서도 이 전 대표는 선을 그었다. 그는 "민주당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만한 의지가 확인된다면 언제든지 만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전 대표 신당을 놓고 총선 전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낙연 신당으로 야권 표가 갈릴 경우, 여권에는 호재로 작용하기 때문에 내년 총선서 국민의힘에 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양당 모두 싫다는 분들에게 대안을 제시하려는 것이지 양당 좋다는 사람을 빼가자는 게 아니다"라면서 "내부 문제 개선은 안하고, 선택의 여지를 봉쇄하려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비명계 의원들조차 이 전 대표의 신당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쏟아지는 상태다. 이날 이재명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는 비명계 모임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들은 이 전 대표의 신당 선언에 "서두른다"면서 일단 거리를 뒀다. 이원욱 의원은 SBS라디오에서 "많이 당황스럽다. 숨 고르기가 필요한데 갑자기 링에 뛰어들어서 100m 질주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고, 조응천 의원은 CBS라디오에 나와 "저희랑 무관하게 진행하고 계시는 것"이라며 "기호 3번 받는 것도 쉬울까 싶다"고 했다. 친문계인 윤건영 의원 역시 MBC라디오에서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말리고 싶은 심정"이라며 우려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