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화 '서울의 봄' 단체 관람을 계획했다가 보수 유튜버 등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취소했다.
6일 서울 송파구의 모 초등학교는 가정통신문을 통해 '2023학년도 6학년 책가방 없는 날 취소'를 알렸다. 이 학교는 "본교에서는 행사 안내와 더불어 의견 수렴 후 영화 '서울의 봄' 관람을 통해 교육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려고 했으나, 영화 관람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염려스러운 의견, 도보 이동 시 학생 안전 문제, 미참여 학생들의 형평성에 대한 문제 등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어 본디 계획했던 영화 관람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앞서 해당 학교는 지난 4일 "'6학년 책가방 없는 날'에 근현대사 영화 관람을 통해 역사적 사실의 심도 있는 이해 및 역사적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영화 '서울의 봄' 관람을 계획했다'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전달한 바 있다. 당시 학교는 가정통신문에서 "본교 교사들이 사전 답사 및 사전 관람을 하고, 영화 관람으로 인한 교육적 목적 이외의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교육과 사후 지도에 대한 계획을 수립했다"면서 "6학년 사회과 교육 과정과 연계한 활동으로 민주시민의 역량을 강화할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각 가정에 자녀의 영화 관람 희망 여부를 확인했으며, 참여를 희망하지 않을 시 학부모의 희망에 따라 교외체험학습을 실시하거나 등교해 별도 계획에 따라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이 같은 내용이 외부로 알려지자 일부 보수 유튜브 채널과 누리꾼들은 "단체 관람을 막아야 한다", "다 함께 교육부에 신고하자"는 등의 게시물을 올렸다.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는 "A 초등학교가 학교 수업이라며 '서울의 봄' 단체 관람을 진행하고 있다"며 "더러운 '좌빨(좌익 빨갱이) 교육'을 우리는 막아야 한다. 다 함께 교육부에 신고하자"고 선동했다. 이러한 가세연의 공지에 실제로 교육부에 민원을 넣었다는 누리꾼들의 인증도 이어졌다.
이에 앞서 경북 포항의 한 초등학교에서도 '서울의 봄' 단체관람을 추진했다가 일부 학부모들의 반대 때문에 취소한 일이 있었다.
최근 포항시 남구 모 초등학교는 5~6학년생을 대상으로 '서울의 봄' 단체관람을 추진했다. 그러나 지역 카페 등을 중심으로 해당 학교 학부모들 사이에서 관람 찬성과 반대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이에 포항교육지원청은 일부 학부모들의 항의 전화가 이어지자 해당 학교와 협의해 단체관람을 취소하게끔 했다.
포항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교 측에서 학생들의 근현대사 공부 차원에서 해당 영화에 대한 단체관람을 추진했던 것으로 파악했다"라며 "일부 학부모들의 반대의견을 학교 측에 전달해 학교 측이 계획을 취소한 것으로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영화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12일 오후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9시간 동안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보안사령관 전두광(황정민 분) 세력과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정우성 분) 사이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그렸다.
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서울의 봄'은 전날 하루 동안 20만 3048명의 관객을 동원해 개봉 이후 보름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누적 관객 수는 527만명을 넘어섰다. 이로써 '서울의 봄'은 '밀수'가 기록한 누적 관객 수 514만 명의 기록을 넘어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가운데 '범죄도시 3'(1068만)에 이은 흥행 2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