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튀김·상하차는 로봇이 할게요…두산로보틱스가 꿈꾸는 일상의 로봇

의료, 제조, 물류 등 신규솔루션 대거 공개
내년 중 자동화셀 구축…연 로봇 4000대 생산
로봇이 로봇 만드는 공장 탈바꿈
협동로봇 활용도 올리는 앱 플랫폼도 출시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가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두산로보틱스

두산로보틱스가 만든 로봇 암(Robot Arm·로보트 팔)이 튀김망을 들었다 놨다하며 치킨을 튀긴다. 6개의 관절로 이뤄진 로봇팔은 좁은 공간에서도 튀김망을 옮기고 놓는 작업을 안정감있게 해냈다. 로봇팔은 쉬지 않고 일하며 1시간에 치킨 50마리를 튀겨냈다. 치킨 매장 직원이 할 일은 반죽을 묻힌 닭을 튀김망에 올려놓거나 다 튀긴 치킨을 포장하는 것 뿐이다. 기름 앞에서 할 일은 오롯이 로봇에 맡겨졌다. 실제 치킨 매장에서는 기름이 튀거나 무거운 튀김망을 들었다 내리는 반복 작업으로 사람이 다친다. 로봇을 활용하면 다칠 염려가 줄고 벤젠 등 발암물질이 섞인 유증기(Oil mist)에 사람이 직접 노출되지 않는다.

치킨 튀김·용접·상하차, 로봇에 맡기겠다는 두산로보틱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두산로보틱스가 만든 로봇은 월 임대료 100만원 수준으로 튀김기 앞에서 위험을 감수해야 했던 일들을 모두 해낸다"며 "용접·팔레타이징(팔레트에 제품을 쌓는 업무) 등 기존에 위험하거나 건강을 위협하는 일, 단순, 반복적인 작업들을 로봇이 대체하는 시장을 개척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5일 경기도 수원시 생산공장에서 신규 협동로봇 솔루션을 공개했다. ▲단체급식 솔루션 ▲복강경 수술보조 솔루션 ▲공항 수하물 처리 솔루션 ▲레이저용접 솔루션 ▲빈피킹(Bin-picking·무작위로 섞인 물체 속에서 특정 물체를 골라 집어내는 기술) 솔루션 등이다.

두산로보틱스가 강점을 가진 로봇 분야는 협동로봇이다. 산업용 로봇과 다르게 사람의 옆에서 함께 작업을 수행한다. 때문에 정교한 충돌감지능력이 필요하다. 두산로보틱스가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부분도 안전이다.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이 치킨을 조리하고 있다. 사진제공=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의 충돌감지방식은 크게 전류제어 방식과 토크센서 방식이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가해지는 힘에 따라 저항이 변하는 센서를 활용해 물체의 무게나 동작 중에 발생하는 힘이나 토크(비틀림)를 직접 측정하는 토크센서 방식을 채택했다. 토크센서 방식을 적용한 협동로봇은 섬세하고 안전한 동작이 가능하다. 토크센서 기술은 기존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가격을 낮췄다. 이러한 토크센서를 협동로봇 6개 관절 각 축에 도입해 힘 제어와 순응 제어 기능도 탑재됐다. 현재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은 총 20개의 안전기능을 비롯해 업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PLe·Cat4) 인증까지 획득하기도 했다.

제조 분야에는 ▲차량 검사 ▲볼트 체결 ▲제품 표면에 윤을 내는 연마작업인 폴리싱(Polishing) ▲용접 ▲제품을 파렛트 위에 쌓는 팔레타이징(Palletizing) 등이 있다. 서비스 분야의 경우 ▲튀김 솔루션(롸버트치킨) ▲누들 솔루션(CJ푸드빌) ▲단체급식 솔루션(아워홈) ▲아이스크림 솔루션(XYZ) 등 다양한 F&B 기업들과 협업하고 있다. 최근에는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와 ‘치킨로봇 솔루션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전국 교촌치킨 매장에 단계적으로 확산 도입해 나가기로 했다.

류 대표는 "두산로보틱스는 지속적으로 신규 솔루션을 개발하 AMR(자율이동로봇), AI 등의 기술을 협동로봇에 적용함으로써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복합적인 솔루션을 개발해 나갈 계획"이라며 "특히 협동로봇에 AMR을 접목하면 야외 청소, 농작물 수확 등 인간의 삶과 밀접한 영역에서 편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차세대 솔루션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헀다.

애플·구글 처럼 '로봇 앱' 시장 열린다

두산로보틱스가 진행한 또 다른 혁신의 결과물은 '다트 스위트(Dart Suite)'다. 스마트폰과 유사한 사용환경을 제공해 협동로봇의 움직임을 사용자가 스스로 프로그래밍하고 이를 플랫폼을 통해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구글이나 애플이 앱 마켓을 통해 사용자들이 직접 플랫폼에 참여하고 돈도 벌 수 있도록 만들어 둔 것과 같은 시스템이다.

두산로보틱스의 팔래타이징 솔루션 협동로봇. 사진제공=두산로보틱스

두산로보틱스는 사업 초기부터 사용자 중심의 협동로봇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하드웨어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힘써왔다. 그 결과 지난 10월, 스마트폰과 유사한 사용 환경을 제공해 개발자, 사용자 모두가 협동로봇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구현한 소프트웨어 중심의 생태계 다트 스위트를 출시했다. 이 플랫폼을 활용해 협동로봇 기능을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다트 스토어에서 등록하면, 사용자는 유·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오전에는 커피 제조, 오후에는 팔레타이징 등 신속하게 작업을 전환할 수 있다. 협동로봇 활용도가 더욱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두산로보틱스 소프트웨어 혁신연구소의 이재석 상무는 "다트 스위트는 협동로봇이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혁신적인 소프트웨어로, AI를 통해 더욱 쉽고 빠르게 협동로봇 기능을 만들어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두산로보틱스는 생산 효율성과 규모 확대를 위해 수원공장 2층에 자동화셀 설비를 구축하기로 했다. 자동화셀은 협동로봇과 사람이 함께 협동로봇을 만드는 설비다.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은 6개의 축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 축을 모듈이라고 부른다. 1개의 모듈에는 약 70여 번의 볼트 체결 작업이 필요하며, 사람이 사전 작업을 준비하면 협동로봇이 직접 볼트를 체결한다. 현재 협동로봇 모듈 1개당 제작시간은 약 60분이지만 자동화셀이 도입되면 약 37분으로 감소해 생산 효율성이 약 38% 증가한다.

두산로보틱스는 내년 중 총 9개의 자동화셀 설비를 구축하려고 한다. 이렇게 하면 수원공장의 생산 규모는 기존 2200대에서 2배에 가까운 4000대로 늘어난다. 향후에는 자동화셀에 AMR을 접목해 물류 자동화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자재 창고에서 부품을 전달하거나 모듈 조립 후 창고로 이송·적재, 모듈 결합 공정으로의 이동 등도 자동화해 효율성을 제고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산업IT부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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